점점 좁아지던 골목의 막힌 끝에 서서 외투 위의 먼지를 털다 웃었어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속에서 조금 쉬고 올 거야 많은 게 달라지고 변하고 시들어 가고 애써 감춰온 나의 지친 마음도 더는 필요 없을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이젠 나 자신을 가엾어해도 되겠지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속에서 못다한 악수와 건..
멈춰선/음악
2019. 1. 29. 02:48
based on이 아닌 inspired by a true story인 사연이 있다 하지만 true story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오랜만에 필름포럼 좋았다.
멈춰선/영상
2019. 1. 29. 02:29
폭우의 28번째 단면. 이훤. 사람들이 주목하든 주목하지 않든 비는 낙하했다 치졸하건 장엄하건 비극은 비극이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듯 생의 단면에 어떤 표정으로 남아 있는 감정들은 그 자체로 주목돼야 마땅했다 오래 젖어 싸늘한 등짝 없었던 이 있는가 응당, 밤마다 마주하는 불안 때문에 나의 날씨를 외면하는 일은 회피하고 싶다 너무 졸렬하잖은가 나를 너무 쉬이 저버리는 나는 폭우는 끝까지 폭우가 되는 일에 저를 쏟고 (마르는 일은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 치러지는가) 나는 나를 부추겨 일어난다
멈춰선/책
2019. 1. 29. 02:08
한 시간씩 일찍 일어나기는 걱정보다 잘되고 있다. 삶의 밀도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 출근길 하늘이 오랜만에 너무 예뻤다. 신호를 하나 놓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태도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평화로운 출근길 몇 시간 후엔 기어이 눈물을 쏟았다. PMS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 혼란 속을 파헤쳐 겨우 작은 희망을 잠깐 가졌는데 마지막 작은 기대도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무너졌던 것도 같다. 말투나 표현, 단어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뒤에 그 사람의 욕구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그래.. 역시 또 그렇잖아.' 라며 빠르게 단호하게 실망하게 된다. 울컥한 마음이 퇴근 즈음에 한번 더 이어져 선생님을 20분이나 기다리시게 하고도 결국 상담을 못 갔다. 속상하지만 오..
오늘의기록
2019. 1. 13. 04:20
출근길에 비행기표를 샀다. 여행을 목표로 상반기에 힘을 좀 더 내어봐야지. 여섯 번째 박준 시집이 왔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올 겨울 네 분에게 박준 시집을 전하게 되었는데, 그 네 사람의 마음이 조금 궁금해졌다. 점심엔 U님이 멀리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사다 주셨다. 저녁엔 언니랑 청담 라페름에 갔다가 큰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언니도 라페름을 정말 좋아하고, 지원님도 라 페름이 인생 식당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상하게 라페름에선 뭔가 잘 안 먹힌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뭔가... 주말에 드디어 러쉬를 다녀와서 언니에게 일부러 빨리 만나자고 한 건데 생각지 못하게 언니도 선물을 챙겨 왔다. 써보니 좋아서'만큼 신뢰 있는 말이 없다. 기록 삼아 사진을 더 부지런히 찍자. 고 결심하지만 음식 사..
오늘의기록
2019. 1. 13. 03:51
미팅은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이미 기준치가 너무 낮게 설정되어있어서 괜찮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은 너무 어렵고 국어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더니 수학시험인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다. 수채화가 어렵다는 고흐의 편지처럼 계속해보는 수밖에... 저녁엔 당연히 일을 좀 더 했어야 하는데 U님이 H님과 저녁을 먹자 하셔서 정말 급한 것만 마무리짓고 일어섰다. 올해는 일을 좀 더 밀도 있게 하되 회사와 나를, 일과 나를 분리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 계속해보는 수밖에...
오늘의기록
2019. 1. 9. 02:38
직장동료의 결혼식. 예상보다 차가 안 막혀 너무 일찍 도착했다. 늦게 도착한 것보다야 좋은 일이지만 '적당한 시간'이란 얼마나 어려운건지 또 새삼 깨닫고 고개 끄덕였다. 이야기만 많이 들었던 U님 아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순하고 선한 아이. e가 남편을 보면서 '태어났는데 아빠가 이 사람이야. 그게 아이에게 정말 대단한 매리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U님과 아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삼촌들에게 받은 용돈을 차 타고 오는 내내 두 손 꼭 쥐고 장난감 사러 갈 생각에 부푼 순수하고 귀여운 여섯 살. 저녁엔 모둠회를 먹었다. 그리고 도돌이표처럼 내일 미팅을 앞두고 언제나처럼 쉽게 잠들지도, 뭔가를 더 하지도 않는 바보 같은 시간을 또 보냈다. 쿨하게 잠이라도 푹 잘걸 ㅠ
오늘의기록
2019. 1. 9.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