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데, 조르바가 두목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목, 당신이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주십시오. 그럼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게요.” 이 문장이 원인이었다. 이 문장은 나에겐 해방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하는 일이 없었고, 고로 아무도 아니었다. 아주 심플했다. :: 우리는 대체로 과거는 짐스러워하고 미래에는 눈을 감는다. 그러나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 세계가 더 나 아지고 있다는 믿음, 혹은 “결국 내 인생은 잘 풀릴 거야”라는 믿음을 가져서가 아니다. 그런 믿음은 없다. 세상은 아수라장이다. 나는 늘 실수하고 길을 잃고 발전은 더디다. ..
멈춰선/책
2023. 8. 6. 18:13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보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멈춰선/순간
2023. 7. 23. 18:55
:: 그래도 내가 본래 갖고 태어난 흠이랄까, 인간적 결함은 고치면서 살고 있고,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을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꼭 이래야 된다는 것도 없지만, 실로 흠을 조금씩 기워가면서 살고 싶다고. :: 사람이 뭔가를 품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어요. :: 나한테 신이란, 빛과 같은 거에요. '행여 벌을 내리실까' 혼비백산하며 놀라기에, 신이란 그렇게 옹졸한 존재가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기도를 안하면 벌을 내리는 옹졸한 거래를 신이 할 리가 없다고봐요. 빛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가닿기 때문에, 그저 그 빛을 받는 쪽이 흐린지 밝은지에 따라 그을거나 빛나거나 하는 거라고요. 결국 과학이 발달해..
멈춰선/책
2021. 3. 2. 23:48
:: 계속해주세요. 거기에 길을 만들어주세요. 시야 안에 머물러주세요. :: "요즘 여자들이란"을 1절부터 4절까지 들려주었겠지. 하지만 내 앞에서는 안돼. ::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본인이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고 결과도 좋지 않다면 그는 일을 다시 해오라고 했다. 일을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다면 모두가 알게 했다. :: 나의 시간도 관심도 유한한 자원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 그냥 현실을 더 견디지 위해 대나무숲에서 소리 한번 지르고 싶은데, 현실의 대나무숲으로 타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 언어라는 형태의 배설을 받아내는 기분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대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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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7. 01:03
어린 물고기는 나이든 물고기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그건 지금 너가 있는곳이야."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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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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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7. 23:39
...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직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멈춰선/책
2021. 2. 7. 22:58
우리는 아직 우리 자신을 모릅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무의식-전의식-의식의 구조 사이사이에 어떤 기억과 감정들이 숨어있는지 여전히 모릅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함부로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신을 마음대로 정체화(identifiability) 하지 말아요. 어떤 외부의 기대에도 부응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의 밥을 챙겨 먹고, 하나 정도의 취미를 가지고, 일과 사람을 심플하게 사랑하는 정도의 노력을 하면 그뿐입니다. 완벽할 의무가 없는데 부러지기 직전까지 완고하게 버티지 말고, 휘둘릴 의무가 없는데 그런 역할을 꿋꿋이 해내지 말아요. 우울, 불안, 내향성, 완벽주의, 의존성, 억울감, 성..
멈춰선/우주
2021. 1. 13. 13:16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tvN 인기 프로그램 가 주려는 교훈이다. 집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비우면서 내 욕망도 비울 수 있다니, 당장 정리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욕망을 버리려고 물건까지 버려야 할까. 2021년 진짜 신박한 정리를 제안한다. ‘마인드 미니멀리즘’이다. 나를 파괴하는 욕망, 욕구, 습관, 집착 따위는 2020년에 묻어두자. 기자들도 소소한 실천을 해봤다. 육식, 플라스틱 빨대, 하루 한 잔의 술, 게임 현질(아이템을 돈 주고 사는 것), 배달음식을 버렸다. 정말로 버리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버리는 것은 끝없는 투쟁이라는 사실. _편집자주 2000년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14살 장혜영은 경기도 여주 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이 있는 수원으로 거처를 ..
멈춰선/우주
2021. 1. 3. 19:50
:: 애쓰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삶의 어느 부분과, 일상의 어느 시간과, 인생의 어느 구간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산에서는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끌리는 일들은 그런 일들이었다. 그건 세상 솓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 그동안 수많은 계획 아래 내가 가진 능력치와 한계치를 가늠하며 리스크가 적은 쪽에, 가능성이 좀 더 기우는 쪽에, 좀 더 안전한 쪽에 패를 던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산이라는 공간에서는 그러한 저울질이 무의미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 그래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이 산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 정상을 향한 마음만으로는 산에 오를 수 없다. 그렇게 절박하게 오른 산에서 내려..
멈춰선/책
2020. 12. 15.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