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서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데, 조르바가 두목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목, 당신이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주십시오. 그럼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게요.” 이 문장이 원인이었다. 이 문장은 나에겐 해방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하는 일이 없었고, 고로 아무도 아니었다. 아주 심플했다.

:: 우리는 대체로 과거는 짐스러워하고 미래에는 눈을 감는다. 그러나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 세계가 더 나 아지고 있다는 믿음, 혹은 “결국 내 인생은 잘 풀릴 거야”라는 믿음을 가져서가 아니다. 그런 믿음은 없다. 세상은 아수라장이다. 나는 늘 실수하고 길을 잃고 발전은 더디다. 나는 나 자신의 ‘후짐’때문에 수시로 낙담한다. 그래서 더욱더 나 자신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고 세상이 더 좋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다. 

:: 마음이 증오나 원한으로 꽉 차는 날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록, 꽉 찬 마음에 균열을 낼 수 있도록, 재빨리 펼쳐 볼 수 있는것이 손에 잡히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다. 나의 경우엔 이런 날 꼭 보던 메모가 있다. “꽃이 폈다. 바깥에 좋은 것 많다. 나가 놀아라. 네 생각 밖으로 나가 놀아라.” 그리고 또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이다. “저년 며릴 잘라버려. 1분에 한 번씩.” *
* 여기서 ‘저년’은 나를 가리킨다. 

:: 나는 재미, 이해관계, 돈이 독재적인 힘을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아서, 좋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서, 외롭기 싫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힘과 생각을 키우는 최초의 공간, 작은 세계, 메모장을 가지길 바라 마지 않는다. 

:: 어떻게 살지 몰라도 쓴 대로 살 수는 있다. 할 수 있는 한 자신 안에 있는 최선의 것을 따라 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있지 않는가. 자신 안에 괜찮은 것이 없다면 외부 세계에서 모셔 오면 된다.

::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보르헤스.

:: 나는 준비되어 있다. 삶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에. 그만큼은 삶을 살아본 것이다. 그러나 삶에 시달리면서도 가볍게 날고 싶고 삶에 시달리면서도 할 일은 하고 싶다. 나는 최고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잘 알아들으려 하고, 기억하려 하고, 이해가 될 때까지 메모를 한다.

:: 운명에 맞설 나의 마술적 주문은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내라였다.

:: 세상은 서로가 소로를 축소시키느라고 정신이 없다. “ 지잡대 나왔잖아”, “ 비정규직이잖아서로를 축소시키는 말들은 단호하고 없고 딱딱하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딱딱해진다. 사람이 딱딱해지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일은? 좋은 생각이 뚫고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 꼭 필요한 때 손에 쥐어진 위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