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이 가져온 노래는 R.E.M.의 (Nightwsimming)이었다. :: 지금은 그 어떤 특수한 재능을 개발하든 간에, 그걸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최소 12,000명 정도는 있다는 현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또래 압력이라는 말도 이제 낡은 것 같고, 전인류 압력이라고 해두자. 엄마는 이런 날 알기에, 내가 뭔가를 새로 하기로 했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그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는 하지 마." :: 걷는 것이 좋다. 연애할 때 걷는 것은 더욱 좋다. 연애가 잘 안 될 때에 혼자 걷는 것은 더더욱 좋다. 어디로든 걷고만 싶다. 어디든 좋다. ... 어디론가 가는 중에는 마음이 제자리를 찾고 몸이 편해진다. 이예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뭐라도 달라질 것이다. 이미 가본..
멈춰선/책
2020. 12. 13. 21:23
::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
멈춰선/책
2020. 12. 5. 22:26
내 인생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혹 다가올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고 준비하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내 지금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올지 모를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다가 준비하다가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만 하다가 준비만 하다가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다 - 패닉도, 긱스도, 카니발도, 솔로도 모두 녹아있는 이적의 7년만의 정규앨범. 패닉이 한창일때 중학생이던 나는 패닉의 테이프를 가..
멈춰선/음악
2020. 11. 16. 21:55
멈춰선/순간
2020. 11. 16. 21:42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멈춰선/음악
2020. 10. 26. 21:19
:: 지금 나는 이것이 '말하고 듣기'와 '읽고 쓰기'에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러하다.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다.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 예의와 윤리는 다르다. 예의는 맥락에 좌우된다. 윤리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한다. 나에게 옳은 것이 너에게도 옳은 것이어야 하며, 그때 옳았던 것은 지금도 옳아야 한다. 그러나 나에게 괜찮은 것이 너에게는 무례할 수도 있고, 한 장소에서는 문제없는 일이 다른 시공간에서는 모욕이 될 수도 있다. ...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의식을 키워야 한다. 전..
멈춰선/책
2020. 10. 26. 20:57
... 집으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이 먹구름이다. 이걸 하지 않았으면 그걸 좀 제대로 해주었다면 저게 애초 없었다면, 따위의 말들이 문장부호 없이 어지럽게 뒤섞였다가 뭉개지기를 반복한다. 이 반복이 열 번 이상 계속되고 나면 이성의 소리가 들려온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주워 담을 수도 없이 이미 벌어져 끝난 일을 두고 왜 새롭게 고통받느냐는 생각이다. 머리를 흔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어본다. 30초가 지나고 나면 나는 앞선 생각들을 처음부터 되풀이하고 있다. 불행한 일을 겪으면 사람의 머릿속은 그렇게 된다. 그리고 불행의 인과관계를 따져 변수를 하나씩 제거해보며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대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 명확한건 오직 시작과 끝뿐이다. 나머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
멈춰선/책
2020. 10. 17. 20:32
:: 약속장소로 가는 길, 이삼 일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마음을 털어버렸다. 그래, 그 안경이랑은 여기까지 였나보지 뭐. :: 술에 취한다는 건 결국 그냥 좀 멍청해지는 것이다. ... 내게 술이란 즐겁고도 해로운 취미다. 즐거움이 해로움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시는 것이고 말이다. :: 집착을 버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실 무언가를 많이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아무튼 행복한 일 아닌가. 내 경우에는 그런 대상이 너무 적어서 좀 심심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나 자신의 어딘가가 조금 고장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 "기분탓이야." 이 ..
멈춰선/책
2020. 9. 26. 19:28
::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현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처를 앓는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안전해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 그렇게 일렁이는 말들이 마음의 안팎으로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오후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제야 찾아드는 텅 빈 평안이야말로 대상을 지정할 필요도 없는,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 산문집을 묶고 나서 내 글에 엄마가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세상의 이 말들을 쥘 수 있게 해준 엄마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내게 말을 가르..
멈춰선/책
2020. 9. 6. 17:04
옥주가 라면을 끓이다가 동주에게 몇일전에 때려서 미안하다고, 동주는 우리가 싸운적이 있던가 잘 생각이 안난다고 넘어가던 장면이 좋았다. 옥주가 더 행복하고 평안하고 편안하기를... 영화도, 오랜만의 씨네큐브도 좋았다.
멈춰선/영상
2020. 8. 26.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