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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적어도 나는-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고.


:: 싱글 몰트의 세계에는 와인처럼 퍼스낼리티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스카치에는 얼음을 넣어도 되지만, 싱글 몰트에는 얼음을 넣어서는 안된다. 적포도주를 차게 해서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싱글 몰트에 얼음을 넣으면 귀중한 향이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 아일레이 위스키의 맛을 ‘알싸하고 감칠맛 나는’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꼽아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
1) 아드벡(Ardbeg, 20년, 1979년에 증류)
2) 라거부린(Lagavulin, 16년)
3) 라프로익(Laphroaig, 15년)
4) 카리라(Caol Ila, 15년)
5) 보모어(Bow more, 15년)
6) 브루익라디(Bruichladdich, 10년)
7) 브나하벤(Bunnahabhain, 12년) ​
앞의 것일수록 흙내가 물씬 풍기는 거친 위스키이고, 뒤로 갈수록 차츰 맛과 향이 순하고 부드러워진다.
보모어는 그 중간쯤 되는데 적당히 균형이 잡혀서, 말하자면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 "생굴에다 싱글 몰트를 끼얹어 먹으면 맛이 기가 막혀." 하고 짐이 가르쳐 주었다.
레스토랑에서 생굴 한 접시와 싱글 몰트를 더블로 주문해서 껍질 속에 든 생굴에 싱글 몰트를 쪼르륵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굴맛과 아일레이 위스키의 그 개성있는 바다 안개처럼 아련하고 독특한 맛이 입 안에서 녹아날 듯 어우러진다. 두가지 맛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본래의 제맛을 지키면서도 절묘하게 화합한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그런 다음 나는 껍질 속에 남은 굴즙과 위스키가 섞인 국물을 쭈욱 마셨다. 그것을 의식처럼 여섯번 되풀이한다.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생이란 이토록 단순한 것이며 이다지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 내 개인적인-어디까지나 개인적인-기호로 정한다면, 식전에 어울리는 아이리시 위스키는
- 제임슨(Jameson)
- 튤러모어 듀(Tullamore Dew)
- 부시밀스(Bushmills)
정도이고, 식후에 어울리는 것은
- 패디(Paddy)
- 파워즈(Power's)
- 부시밀스 몰트(Bushmills Malt)
 정도가 아닌가 싶다. 간추려 말하면, 앞의 세 가지는 '알싸하고 감칠맛 나는' 종류이고, 뒤의 세 가지는 '순하고 부드러운' 종류이다. 그러나 물론 둘을 뒤바꿔 순하고 부드러운 것을 식전에, 알싸하고 감칠맛 나는 걸 식후에 마신다고 해도 트집잡을 사람은 없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기호의 문제이다.


:: 어디선가 제임슨이나 튤러모어 듀를 입에 댈 때마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들렀던 여러 펍을 떠올린다 그곳에 깃들어 있던 친밀한 공기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그러고 있노라면 내 손 안에 쥐어진 술잔 속에서 위스키는 조용히 미소짓기 시작한다.
 그럴때면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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