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 거창한 결론이 삶을 망친다면 사소한 결심들은 동기가 된다. ... 나는 제때에 제대로 고맙다고 말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 지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뭐가 진짜 이기는 거고 지는 건지조차 구분이 어려워진다. ... 이겨본 사람만이 다시 이길 수 있고, 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요컨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것이다. :: 관계가 이어졌다가 끊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명확한 건 오직 시작과 끝뿐이다. 나머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다. 거기서 선명한 원인 한 가지를 찾아내겠다고 애쓰는 건 이미 먹고 있..
멈춰선/책
2020. 8. 20. 23:23
... 꼭 삶의 태도가 둘 중 하나일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아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으니 대충 살아야 할까? 세상을 사는 방법이 열정 100 아니면 열정 0이어야 할까? 꼭 열정이라는 게 있어야 할까? 열정에 기름을 부어야만 하루하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열정 없이는 열심히 할 수 없는 걸까? 대도시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목표와 삶의 자세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이기고 싶다면 이기면 그만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싶으면 적당히 살면 그만이다. 나는 이 둘중 하나를 고르지는 않기로 했다.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주인공 게임을 비웃으면서 '다 망했어'라고 떠들고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말고 행동이 다른 건 더 싫다. 난 글렀다고 자조하면서..
멈춰선/책
2020. 5. 18. 23:42
: 나는 내가 만든 책에 의해 만들어졌다. 편집자뿐만 아니라, 상대의 재능을 흡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것은 어떤 직업에서든 중요하다. : 잔재주를 부리는 마케팅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닭튀김 정식인지, 편의점 도시락인지 철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냄새맡는 후각은 앞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더불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주어진 일을 절차대로 해나가면 실패해도 큰 타격은 입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서 아무것도 탄생시키지 못할 뿐이다. :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성실한 것..
멈춰선/책
2020. 2. 16. 22:23
:: 어른이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자연스레 알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흔 살에 가깝게된 지금에도 나는 그 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너무 다가가면 아픈 일이 생겼고 너무 떨어지면 외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장 적절한 거리를 찾기 위해 겨우 떠올린 건 상대를 존경할 만한 적장처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워지면 속을 모조리 내보여버리는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벽을 허물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가 서운해하고, 서운해하는 상대를 보며 내가 미안해하는 가장 어려운 순간만 견뎌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친애하는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임..
멈춰선/책
2020. 1. 26. 21:15
: 다행히 나는 나를 이해시키는 게 어려운 만큼 타인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이 지체의 시간이 나는 좋다. : 새삼 내가 하는 이곳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이곳에서 나는 영주하는 자가 아니라 잠시 머무는 자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 지구와 태양이 있는 한 아침 햇살은 영원히 반복되겠지만, 나는 곧 사라진다. 이 시간적 대비가 영원히 반복될 아침 햇살을 순간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 . "내 삶은 실수의 백과사전이었어요. 실수의 박물관이었죠" .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 찰나에 아치 사이로 막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이나, 그런 순간이면 보이는 거라곤 밝고 둥근 노란 달뿐인데, 그 달이 너무 커서 놀라게 되고 내..
멈춰선/책
2019. 11. 4. 23:05
: 시는 형편없었지만, 시를 쓰는 나는 근사했다. : '나는 악에 대해 잘 알지만 오직 선한 것만 봅니다.' 이런 할머니들이 있어 나는 또다시 장래를 희망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장래희망은, 다시 할머니, 웃는 눈으로 선한 것만 보는 할머니가 됐다. : 가족이란 본래 그런 것이니까. 가장 친밀한 동시에 가장 오해하기 쉬운 관계니까. : 학교에서 광주항쟁 사진전이 열렸다. 그때 나는 그 사진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아니 그 앞에 서기도 전에 그럴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 나를 망설이게 한 건 어느 틈엔가 내 마음에 생긴 검은 그림자였다. 이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죄책감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연민일 수도, 감정이입에 따른 개인적인 슬픔일 수도 있었지만..
멈춰선/책
2019. 11. 2. 20:16
:: 사랑하는 것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무척 잘 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거의 매번 실패하는 일이다. :: 다시 생각해보니 한가해 보이는 건 너무나 멋진 일이다. :: 오늘은 얘한테 같이 자자고 말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한다. 안 말할 자신이 아침에는 있는데 밤에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 사람들의 말하기방식을 신중파와 경솔파로 굳이 분류해야 한다면 내 말하기는 명백히 경솔파에 가까웠다. ::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화살기도를 해. 사주 보러 온 사람들 마주하기 전에 나도 화살기도를 올리거든. 내 어리석음으로부터 나를 지켜달라고. :: 말실수 하지 않게 해주세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안 웃긴데 일부러 웃지 않게 도와주세요. 안 좋은데 좋다고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
멈춰선/책
2019. 5. 12. 23:13
::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 신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인간의 안위 따위에는 무심하다는 것, 제아무리 영웅이라 하더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며, 인산의 삶은 매우 연약한 기반위에 위태롭게 존재한다는 것, 환각과 미망으로 얻은 쾌락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처음 길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한다. ... 표면적 목표(시나리오 공모 당선)의 밑바탕에 진짜 목표(가족에게 받아들여지고 사회로 나아가는것)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나는 오히려 아버지의 노력을 ..
멈춰선/책
2019. 5. 8. 00:56
폭우의 28번째 단면. 이훤. 사람들이 주목하든 주목하지 않든 비는 낙하했다 치졸하건 장엄하건 비극은 비극이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듯 생의 단면에 어떤 표정으로 남아 있는 감정들은 그 자체로 주목돼야 마땅했다 오래 젖어 싸늘한 등짝 없었던 이 있는가 응당, 밤마다 마주하는 불안 때문에 나의 날씨를 외면하는 일은 회피하고 싶다 너무 졸렬하잖은가 나를 너무 쉬이 저버리는 나는 폭우는 끝까지 폭우가 되는 일에 저를 쏟고 (마르는 일은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 치러지는가) 나는 나를 부추겨 일어난다
멈춰선/책
2019. 1. 29. 02:08
그리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낡은 수첩 한 구석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게 되리라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랬던가 너를 사랑해서 너를 그토록 사랑해서 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너를 사랑한 것을 기필코 먼 옛날의 일로 보내버려야만 했던 그 날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생각하는 내가 이토록 낯설게 마주한 너를 나는 다만 떠올릴 수 없어서 낡은 수첩 한 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멈춰선/책
2018. 11. 29. 00:27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서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멈춰선/책
2018. 11. 13. 23:19
멈춰선/책
2018. 11. 6.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