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시라이시 가즈후미.
... 내가 알고 싶은 건 의욕이나 위로, 여유, 평안 같은 감각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에리코를 만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그녀를 향해 묻는다. 나는 너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으로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고. 우리는 둘이서 함께 있는 것으로 살아갈 의욕이나 여유나 평안이나 위로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것 자체의 깊은 의미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라고. 너는 그것에 대해 내게 어느 정도 보증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라고. 가정을 꾸미고 평생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 거지? 너에게는 그 목적지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거니? 만일 보인다면 부디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도 가르쳐줘. 실은 나에게는 전혀 보이질 않아. 그러니 불안하지. 무섭도록 불안해. 한없..
멈춰선/책 2010. 10. 10. 12:40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 도쿄의 한복판에는 황궁이 있다. 지도를 보면 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보인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거기에는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가로질러 통과하는 택시가 있다. 황궁에는 황족만 산다. 평범한 도쿄의 시민들은 별 불만 없이 황궁을 우회한다. 거기에 황궁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선 아무도 조깅 같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의 말마따나 그것은 그냥 거기에 있다. 비어 있는 중심으로 말이다. 마코토와 나 사이에도 그런 황궁이 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
멈춰선/책 2010. 9. 28. 00:08
반짝반짝빛나는.
- 이런 결혼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 기묘하게도, 그 일주일 동안 나는 의외로 침착했다. 없어진 곤 보다도, 곁에 있는 쇼코가 더 걱정일 정도였다. 그 때문에 더욱 내 안에서 곤이 차지하고 있는 완벽한 위치와 신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마음 어느 한 구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곤이 나를 떠날 리 없다고. -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불안정하고, 좌충우돌이고, 언제 다시 와장창 무너질지 모르는 생활, 서로의 애정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생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가 대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한창 학교 ..
멈춰선/책 2010. 3. 11. 01:01
ogisa sketchbook.
지구는 어쨌든 그리 크지 않은 별. 인생들은 비슷비슷했고 도망칠 곳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일탈 자체보다는 일탈의 과정이 더 짜릿한 편이다. _ p.16
멈춰선/책 2009. 12. 26. 09:28
익숙한 그 집 앞.
"... 그녀와 사귀기전 나는 성산동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았다면 '변두리구나' 할 만한 성산동의 풍경들. 작은 구멍가게, 허술한 호프집, 게다가 서울에 왠 기찻길...... 그런 풍경들이 그녀를 사귄 후부터 모두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성산동만 좋은게 아니라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모래내까지 좋아졌다. 성산동의 옆에 옆에 옆에 동네에만 가도 그녀 생각이 난다.' from. 유희열 삽화집 익숙한 그집앞 p84. === 폴, 김민규, 이석원등 뮤지션 출판 러쉬의 단연 선구자.
멈춰선/책 2009. 12. 14. 00:05
1Q84
- 지금 아오마메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덴고는 생각했다. 혹시 그녀를 실망시키는 일이 된다 해도, 혹은 내가 좀 실망하게 된다 해도, 그래도 상관없다. 덴고는 어쨌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뒤로 그녀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일이 그녀를 기쁘게 하고 어떤 일이 그녀를 슬프게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많이 변했다 해도, 혹은 두 사람이 맺어질 가능성이 이미 사라져버렸다 해도, 그들이 아주 오랜 였날, 방과후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중요한 뭔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므로. _1Q84 book2 P.111
멈춰선/책 2009. 10. 4. 16:35
N.P / 요시모토바나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 게 겁날 뿐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끝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만 한다. 마음이 약해진다. -from. N.P / 요시모토바나나
멈춰선/책 2009. 9. 1.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