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점심에 기대없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바로 겟!결핍을 책으로 채우겠단 결심이 무색하게, 어렵게 넘기던 조르바씨를 잠시 접고 유쾌하게 랄랄라- 하지만, 벌써 8년전 책. 랄랄라-
멈춰선/책
2013. 2. 2. 02:40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이젠 다 집어치우고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달(月)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도 되겠다 싶은데오래 울 양으로 강물 다 흘려보내고손도 바람에 씻어 말리고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종이를 잊고나무도 돌도 잊고아주 넓은 등에 기대한 시절 사람으로 태어나한 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싶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모든 걸 쥐고싶어 안달내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남들은 한해를 정리하는 12월이라지만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12월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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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10. 11:26
- 바다는 어쩌면 조금씩 비슷하며 또 다르다. 누구와 바다에 갔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어쩌면 바다를 대하는 마음에 따라 색깔 또한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다정해질 것 같다. - 새로운 풍경 속에서 문득 나의 지나가버린 시간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시간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인생도 한 계절도 그렇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도 마찬가지. - 나는 어려서 결핍감 속에 살았는데, 그중 하나가 보온도시락이었다. 기억하시는지. 코끼리표 일제 보온 도시락. - 살아있는 음료의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맥주다. 건조해진 식도를 타고 들어가 몸에 퍼지는것을 느끼는 동안, 아주 잠깐 동안 강렬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 '지금이 내 생에 최고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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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0. 00:56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가을에는 술을 입안에 털고 나면 늘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그 뜨거운 숨결이 이내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동한 허공 속으로 흩어진 내 숨결들. 그처럼 내 삶의 곳곳에 있는 죽음들. 가끔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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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2. 22:45
- 사랑의 그림을 보는 건 공짜지만, 사랑이라는 그림을 가지는 건 그렇지 않다. 사랑을 받았다면 모든 걸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그 가슴뛰게 잎을 틔우던 싹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시들고 마는 걸까. -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만큼을 살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때.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보다 누구를 사랑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이 낫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그 길에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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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3. 01:11
세상의 모든 등대를 돌아보고 왔다고 한들, 써커스단에 섞여 유랑하느라 몸이 많이 축났다고 한들 뜨겁게 그리운 것들이 성큼 너를 안아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누군가가 네가 없는 너의 빈집에 들러 너의 모든 짐짝들을 다 들어냈다고 해도 너는 네가 가져온 새로운 것들을 채우면 될 터이니 큰일이 아닐것이다. 흙도 비가 내린 후에 더 굳어져 인자한 땅이 되듯 너의 빈집도 네가 없는 사이 더 견고해져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형편없는 상태의 네 빈집과 잔뜩 헝클어진 채로 돌아온 네가 서로 껴안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 그렇게 네가 돌아온 후에 우리 만나자. 슬리퍼를 끌고 집 바깥으로 나와본 어느 휴일, 동네 어느 구멍가게 파라솔 밑이나 골목 귀퉁이쯤에서 마주쳐 그동안 어땠었노라고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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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8. 01:41
+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 다른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 민아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누추한 방을 들키고 말았을 때 오래 부끄러워했을 연인의 마음자리, 그 한복판에 새겨진 흉터를 먼저 헤아려줄 수는 없었을까. 그러지 못했다면 혹시 사랑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그 질문은 영원토록 봉인될 것이다. + 가장 나쁜 습관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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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 01:28
+ 우리가 사랑하는 연습을 꺼리는 것은 이 감정과 관련한 초기 경험과 관계가 있다. 우리를 최초로 사랑해준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지만 그만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받기 쉬운 면이나 불안들, 욕구들을 내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연인으로서보다는 부모로서 알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가장 좋은 의도로부터 가장 복잡한 결과를 낳는 환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다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 + 이들은 각자의 영역을 견고히 유지하는, 침착하고 고립된 존재들 같았어요. 기대 없이 실행하고, 물살에 몸을 맡겼다가 하나의 파도가 ..
멈춰선/책
2012. 5. 30. 00:34
...... 누구나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고, 그를 위해 심사 숙고한 선택을 하지만 우린 때로 그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무언가, 바로 ‘후회해도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강렬한 마음을 잊는 것 같다. 그런데 여주인공‘윤서래’는 후회해도 상관없다며 자신을 지탱하던 삶의 기둥을 송두리 체 뽑아버린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간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그 열정에 우리는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언젠가는 그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해도 (분명 후회하는 순간들은 찾아올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해서 얻은 후회는 아예 후회하지 않기를 작정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이 아닐까? 한 편,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뻔뻔한(?) 삶과는 반대로 대놓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삶도 있다. “내가 그 때 회사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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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2.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