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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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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인간의 안위 따위에는 무심하다는 것, 제아무리 영웅이라 하더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며, 인산의 삶은 매우 연약한 기반위에 위태롭게 존재한다는 것, 환각과 미망으로 얻은 쾌락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처음 길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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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목표(시나리오 공모 당선)의 밑바탕에 진짜 목표(가족에게 받아들여지고 사회로 나아가는것)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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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아버지의 노력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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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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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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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내면 부분에서 내가 제일 고민하게 되는 항목은 '프로그램'이다.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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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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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느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 언어가 창작의 연료라면, 그 연료에는 등급이 있다. 나의 동료 작가들을 만나는 일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그들이 동시대 최고 수준의 언어로 독특한 화제들을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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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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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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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지만, 언제나 깊이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은 미적지근한 대답을 내놓게 되는 질문이 바로 이것, '여행을 좋아하세요?'였다. 매년, 때로는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여행을 떠나온 게 벌써 이십 년이 넘었고,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규정되는 존재이니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여행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행 없이는 못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받으면 늘 망설이게 된다.
:: 모두가 동등하고, 모두가 받아들여졌지만, 그것은 그곳에 '그림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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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관찰하고 기록하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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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타인의 환대가 필요하고, 적절한 장소도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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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그림자를 되찾아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는 결말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그는 그림자에 연연하지 않고 여행자/탐험가/방랑자로 살아가면서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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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을 멈추고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는 어떤 곳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까? 과연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나는 거기에서 받아들여질까? 요술 장화를 신고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슐레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내 운명은 아닐까? 그런데 그런 삶은 과연 온당한가? 요즘의 나 역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인류가 지구의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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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게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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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 작가는 '주로 어떤 글을 쓰'는지를 굳이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이들, 즉 그 글을 읽은, 다시말해 독자에게만 작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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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내 손으로 쓴 소설인데, 그것에 대해 떠드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은 그 강당 안에서 오직 나 혼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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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동의 상징이나 증인으로 모셔지는게 내 역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두 시간 정도 연단에 앉아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자가 되어 보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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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 시기에 내가 겪은 것이 단순한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증이었을 수도 있다는 갱각이 들었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든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 일상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해야 할 일들, 그러나 미뤄두었던 일들이 쌓여간다. 언젠가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들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통제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에 시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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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찾아오는 낯선 단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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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 귀환의 원점은 겨우 찾았지만 그 자신이 이미 변화했기 때문에 원점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원로들의 말처럼 그는 어떤 능력을 상실했다. 마사이족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재능을. 그러나 그 대가로 그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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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 작가의 말
- 애완은 조금 경박하게 느껴지고, 반려는 너무 무겁게 다가 온다.
-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하면 너무 애닲다. 무슨 반려들이 이토록 자주, 먼저 떠나는가.
-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한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지구에서의 남은 여정이 모두 의미 있고 복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