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리 부부는 길냥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웠다. 때로는 그런 작은 결정이 인생을 바꾼다. 아내는 그 후로 동물 보호, 더 나아가 동물의 권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만우절 아침 나는 잠든 아내를 깨우며, “정부가 길냥이를 데려다 키우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기로 했대”라고 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너무 뛸듯이 기뻐하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그런 아내가 어느 날 “장하나 의원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는데 우리가 그 의원을 후원해야한다”고 선언했다. 아내가 본 기사는 장하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동물원법에 대한 것이었다. 동물의 본성을 무시한 환경 속에서 학대당하는 전시 동물을 위한 법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그때부터 장하나 의원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시멘트 바닥에..
멈춰선/우주
2016. 3. 1. 16:36
1월 한 달 동안 외국에 있었다. 돌아와서 고지서를 챙겨보다 보니 수도요금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수도꼭지를 튼 적이 없는, 그래서 0원이었어야 할 우리 집 1월 수도요금이 그 전달 요금이랑 똑같았다. 오류겠거니 하고 고지서에 적혀있는 다산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은 '서울시 조례에 의해, 해당월 계량기 검침을 확인 못 하였을시 전월 요금이 부과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외국에 있는 동안 검침원과 통화를 하긴 했다. 내가 한동안 못 들어간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그뿐이었다. '그럼 12월 요금으로 부과됩니다'라고 한마디 해줬을 법도 하지만 아니었다. 고지서상에도 '해당 조례에 따라 전월 기준 과금된다'는 문구 따위는 없었다. 분명히 나처럼 장기 부재로 인해 검침을 못 하는 경우들이 있을..
멈춰선/우주
2016. 3. 1. 16:25
공간의기록
2016. 3. 1. 16:21
... 일종의 보호막이 생겨서 재미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으면 환한 빛도 들어오지만 큰 먼지도 들어온다. 그렇구나, 눈은 시리기도 하구나, 흉한 것도 있구나, 빛은 가끔 무섭구나, 항상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차차 실눈을 뜨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보기 위해선 실눈을 떠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새로운 환한 빛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어지간히 두꺼운 안구를 타고나지 않은 이상.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대륙에 도착해버렸다. ‘아 뭐 재미있는 거 없냐.’의 세계. 운이 좋다면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다다르게 된다. 이 회색 대륙에. -from 익숙한 새벽 세시. 성장에 대하여. 오지은.
오늘의기록
2016. 2. 12. 01:28
경사든 조사든 소식을 들었을 때,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부터 고민하게 되는 자리가 있고, 가는거야 당연하고 바로 이어 시간, 상황, 복장 고민으로 넘어가는 자리가 있는데지난주에 후자의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곳이고, 분명 저녁엔 올 수 있는 모든 분들이 오시겠다. 싶어서 일부러 점심시간에 다녀왔는데...아.. 한낮의 장례식장 만큼 아릿하게 쓸쓸한 곳이 또 없더라... 부친의 장례식장. 감상에 잠길 틈도 없이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으셨을테고,그 와중에 '아빠 또 누가 왔어-'라며, 해맑게 아빠를 찾아대는 열한살난 막내아들을 보는 그분 마음은 어떠셨을까. 라운지는 어쩌고 왔니.너네 지난주 구매 빡세게 시켰더라. 요즘 어떠니.그래도 낮에와서 옆에 앉아서 얘기라고 하는구나.고맙다.라는 말들에 나는 왜 자꾸..
오늘의기록
2016. 2. 10. 00:24
우연이란 건 세상에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 끝나고 나서야 그걸 해석하려 하는거죠. 벌어질 땐 자기도 왜인지 모르는거에요. 신비의 영역이죠.:: 구구절절이 없는거에요. 그냥 빠지고 시작하는거죠.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건 아닌게되죠. :: 일상을 가장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일.:: 나도 한번 의지해볼까? 이것도 발전한거에요. 거절하는것 그것도 발전하는거죠. 성장영화에요. 각자의 성장이에요.:: 독립적이면서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관계.:: 내가 물러나려 해도 변함없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당신 덕분에. 지속될 수 있는거죠.- from. 서천석, 장성란. 개봉전야 프리미어 시네토크 :: 어깨에 손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고 미려한 순간인가..
멈춰선/영상
2016. 2. 9. 23:30
진짜.란 뭘까.진심이란 뭘까. 진짜란게 존재하긴 하는걸까.진심이란게 전해지긴 하는걸까.아니, 반대로 진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종일 했던 말과 행동도... 몇 퍼센트나 진짜였을까, 진심이었을까. 우리는 결국. 생각하고 싶은대로.무언가를 착각하고, 제 멋대로 판단하고, 환상을 섞어 상상해 버리는건 아닐까. 진짜. 진심.이제는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 2-3주 전부터 '그사람은 어떤 사람이야?'이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있다. 내가 충분이 겪어보지 않은 타인에 대해서 정보를 얻기위해, 누군가에게 그사람에 대해 묻는일. 편파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는 모든걸 경험해볼 수 없고, 또 경험하게 된다 한들 바쁘게 스쳐가는 수 많은 상황들에서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싶으..
오늘의기록
2016. 2. 2. 00:56
..... 한국의 극영화들은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시스템을 비판하는 이야기에서조차그걸 결국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해버리는 오류를 범할 때가 많습니다. 극중 시스템의 수혜자인 가해자들은 인간적으로도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어서체제를 모의할 때든 합의를 종용할 때든 시위를 진압할 때든 철저희 ‘개인적으로’ 악합니다. 반면에 피해자들은 인간미의 화신이며 거의 성자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그럴 때 극에서 다루는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그저 싸가지 없고 오만한 개인들의 문제로 축소되어버립니다. 그러니 관객은 자신들과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는 그런 악한 캐릭터들을 보며도덕적 우월감 속에서 마음껏 분노를 터트리다가손쉽게 카타르시스를 얻고서 극장을 나선 후 말끔히 잊기 쉽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영화..
멈춰선/우주
2016. 1. 28. 23:36
걸어왔던 내 걸음걸음이 쉬이 지워진다 느껴질 때 원치 않는 마음들이 날 붙잡을 때 안기고 싶던 이 마음을 소리 없이 감싸준 나를 향한 그대의 그 사랑 어떻게 하면 이 고마운 맘 조금의 상함 없이 온전히 그대의 맘속에 전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그대가 건네준 이 온기를 신고서 그 어떤 슬픔도 그 어떤 눈물도 넉넉히 견뎌 걸어간다 포기할 용기보다 나아갈 용기가 커진 날 보며 이제 조금은 안심하고 널 응원 할 수 있겠다 말해준 나보다 강한 마음으로 날 지켜봐 줬던 너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멈춰선/음악
2016. 1. 25.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