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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 달 동안 외국에 있었다. 돌아와서 고지서를 챙겨보다 보니 수도요금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수도꼭지를 튼 적이 없는, 그래서 0원이었어야 할 우리 집 1월 수도요금이 그 전달 요금이랑 똑같았다. 오류겠거니 하고 고지서에 적혀있는 다산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은 '서울시 조례에 의해, 해당월 계량기 검침을 확인 못 하였을시 전월 요금이 부과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외국에 있는 동안 검침원과 통화를 하긴 했다. 내가 한동안 못 들어간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그뿐이었다. '그럼 12월 요금으로 부과됩니다'라고 한마디 해줬을 법도 하지만 아니었다. 고지서상에도 '해당 조례에 따라 전월 기준 과금된다'는 문구 따위는 없었다. 분명히 나처럼 장기 부재로 인해 검침을 못 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고 이때 당연히 수도사용량도 없을 텐데, 그 전월 기준으로 일괄 과금하는 것 자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 않지만, 그렇다면 그 내용을 검침원을 통해서든 고지서로든 통보를 해야 맞지 않나? 그래서 '해당 내용에 대해 사용자에게 고지하는 지침을 포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괜찮으시면 말씀하신 조례를 좀 읽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그 조례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 사람은 콜센터 직원이라 '이런 유형의 통화에 이렇게 답한다'라는 매뉴얼을 갖고 있지 조례 자체를 들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결국 이 업무를 담당하는 수도과 부서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 중이었고 그사이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나와야 했다.
희한하다. 뭐가 됐든 국가기관이 공공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름의 논리 끝에 나온 원칙일 것이고 이것을 말단 직원들은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공익과 성실의 릴레이 끝에는 어찌 된 일인지 황당한 시민이 있다. 내가 오버한 것일 수도 있다. 고작해야 서울시 조례다. 고작해야 8천 원짜리 수도 고지서다.
하지만 이것이 테러방지법에 기반을 둔 국정원 시행령이고 당신이 받아든 것이 오늘 날짜의 소환 영장이라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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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성실의 릴레이 끝에는 어찌 된 일인지 황당한 시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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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바비 페이스북. 201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