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오빠가 결혼을 해. 뜨문뜨문 나왔던 이야기가 잦아지고, 언니가 인사를 오고, 비싼 코스요리 먹다 체할뻔한 어색돋는 상견례도 끝나고, 날을 잡고 식장을 예약했다고 해. 엄마랑 나는 절대 오빠같은 남자랑은 연애 안할꺼라 자신있게 말할만큼 까칠깐깐 열매를 다섯개쯤 드신 분인데다, 우리집에선 처음 있는 큰 일이라 식구들은 참 신기하고 설레여 하고 있어. 특히 엄마는 며느리가 생긴다는게 실감이 안난다며 했던 얘길 몇번이고 반복하고, 김치를 만들어 주말에 나가는 오빠손에 들려 보내는둥 벌써부터 시어머니 놀이에 즐거우신가봐. 며칠전엔 반찬하나 제대로 못하는 오빠한테 둘이 같이 일하는데 와이프만 밥하고 반찬 만들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요리학원이라도 다니라며 타박을 하시더라고. 그 얘길 나한테 전하면서 본인이 최근 했던 ..
오늘의기록 2010. 11. 1. 00:46
마음이 급해지는 계절. 임경선.
날씨가 확 추워졌다. 그 추위에 정신차려서 달력을 보니 올해 겨우 두 달 남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가벼운 공황상태에 빠진다. 난 대체 올해 뭐했지. 이것이 다 이상한 대한민국 기후 탓이다. 이젠 여름과 겨울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 날씨. 거기에 두 번의 국민 명절을 버무리면 대략 이런 흐름으로 한 해가 휙 흘러간다. 1. 새해로 바뀌어 포부를 가지고 새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2. 구정 명절 때까진 집행유예처럼 지내다가 구정 지나 비로소 새해 다짐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3. 새해 다짐을 실행할 시점 즈음에 날씨가 확 더워지며 대략 오 개월간의 긴 여름을 ‘멍 때리며’ 보낸다. 4. 더위 먹고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추석 명절이 닥치며 ‘아니 벌써 올해 한 해가 이렇게 지났나..
멈춰선/우주 2010. 11. 1. 00:06
생활의 균형.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직장 동료, 누군가의 아는 사람 으로서. 개인의 일과 생활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어떤것이 균형일까. 그저 마음가는대로 하면 된다는 말로는 설명도 이해도 안될 것 같은데. 하나 하나 이해는 되는데 모아놓고 보면 한숨만.
오늘의기록 2010. 10. 26. 01:54
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시라이시 가즈후미.
... 내가 알고 싶은 건 의욕이나 위로, 여유, 평안 같은 감각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에리코를 만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그녀를 향해 묻는다. 나는 너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으로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고. 우리는 둘이서 함께 있는 것으로 살아갈 의욕이나 여유나 평안이나 위로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것 자체의 깊은 의미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라고. 너는 그것에 대해 내게 어느 정도 보증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라고. 가정을 꾸미고 평생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 거지? 너에게는 그 목적지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거니? 만일 보인다면 부디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도 가르쳐줘. 실은 나에게는 전혀 보이질 않아. 그러니 불안하지. 무섭도록 불안해. 한없..
멈춰선/책 2010. 10. 10. 12:40
어느 일요일 아침.
요즘들어 꿈을 자주 꾼다. 대부분의 꿈은 아련한 느낌만 있고 한 두 장면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꿈을 꾸었다'라는 느낌만 강하게 들 뿐. 그리고 밤에 자주 깬다. 잠이 깨면 혹시 일어나야 할 알람을 못들은 걸까봐 순간 놀라서 시계를 보고, 아직 알람이 울리기 전임에 안심하고, 앞으로 잘 수 있는 시간을 순간적으로 한번 계산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방금 전까지 꾸었던 꿈을 기억해 내려 하지만 이어지지 않는 몇 장면을 떠올리고 다시 잠이 든다. 그리고 한 두 시간 후에 잠이 깨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밤은 그렇게 흘러 간다. 어제 밤 꿈은 비교적 잘 기억이 난다. 난 호텔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방 안에 있었고 트렁크가 하나 있었다. 많은 ..
오늘의기록 2010. 10. 10. 09:26
다툼. 이적.
얼마나 많은 다툼 뒤에 우린 비로소 뉘우칠 수 있을까 얼마나 거친 말들 속에 우린 상처를 숨겨야 하는 걸까 다친 마음에 딱지가 앉아 어루만져도 아무 느낌도 들지 않을 때 둘이 서로를 마치 영원히 깨지지 않을 돌멩이처럼 대하려할 때 나는 조용히 속으로 묻는다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우린 그렇게 만났던 것 같은데 얼마나 값진 인연인가 우린 기꺼이 나눴던 것 같은데 다친 마음에 딱지가 앉아 어루만져도 아무 느낌도 들지 않을 때 둘이 서로를 마치 영원히 깨지지 않을 돌멩이처럼 대하려할 때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마음 깊은 곳 덮어두었던 말을 전할게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못이기는 척 나를 돌아볼 네게 외칠게 팔을 벌리며 다가올 너에게 품에 안기며 울먹일 너에게 --- 이적 덕분에 만 오천원이면 사랑을 살 수 ..
멈춰선/음악 2010. 10. 5. 00:49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 도쿄의 한복판에는 황궁이 있다. 지도를 보면 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보인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거기에는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가로질러 통과하는 택시가 있다. 황궁에는 황족만 산다. 평범한 도쿄의 시민들은 별 불만 없이 황궁을 우회한다. 거기에 황궁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선 아무도 조깅 같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의 말마따나 그것은 그냥 거기에 있다. 비어 있는 중심으로 말이다. 마코토와 나 사이에도 그런 황궁이 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
멈춰선/책 2010. 9. 28. 00:08
유희열_100919
... **씨 세상 살기 힘들죠 원래 그렇더라구요 진짜 가끔 가끔 좋은 순간이 그것도 아주 짧게 찾아오죠 근데 그 행복한 순간도 그 당시엔 잘 몰라요 행복은 꼭 지나구 나서야 아 그때 참 좋았구나 하고 느껴지니까 근데 불행이란 놈은 가시처럼 바로바로 느껴지니까 ... 나중에 더 볼품없는 어른이 되고나면 그때가 좋았지 하고 묵은 긴 한숨을 쉴수 있을거에요 행복은 사진처럼 알수없는 그 몇초의 순간을 저장하는건가봐요 대부분 불행한 하루하루에 쓰러질거 같을때 꺼내볼수 있게요 근데 그 행복함도 사진처럼 누군가가 찍어줘야 되잖아요 사람이에요 만나건 짝사랑이건 사랑하건 헤어지건 사람이 순간을 만들어주는거 같애요. 그러니 힘내시구 저 지금 완전 약기운 최고조에 올라서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좀 위로가 ... 그럼 ..
멈춰선/우주 2010. 9. 23. 15:29
단상 메모.
여행이란,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자주 잊게 되는 '세상은 넓고 삶은 단 한번 뿐.'이란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4박 5일의 여행. 120시간을 함께 보내다. 가슴 저릴 만큼 행복한 순간에도, 제발 끝이 왔으면 하는 힘든 상황에도 시간은 묵묵히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는 것. 다행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사실. 불량식품. 내게 안 좋을거란걸 알면서도 순간의 꿈같은 달콤함을 쉽게 끊어 낼 수가 없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나 또 겨울이 오고. 계절과 시간은 머무름 없이 흘러간다는걸 알면서도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날때면 더위와 함께 시간이 멈춰 버릴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 기분이야 어찌 되었건 시간은 흘러 이제 가디건 입은 팔을 감싸고, 허전한 목을 움추리게 되는 가을. 모든것이 어울리는 가..
오늘의기록 2010. 9. 22. 22:04
빨래. 이적.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괜찮아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 지 몰라요.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그대가 날 떠난 건지 내가 그댈 떠난 건지 일부러 기억을 흔들어 뒤섞어도 금세 또 앙금이 가라앉듯 다시 금 선명해져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뒤집혀버린 마음이 사랑을 쏟아내도록 그래서 아무 것도 남김 없이 비워내도록 나는 이를 앙 다물고 버..
멈춰선/음악 2010. 9. 10. 17:26
춤추는 대구에서. 재주소년.
우린 만났지 허망한 내 여름의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졌던 너 느껴졌던 너 낯선 도시의 강변을 따라서 내게로 걸어오는 아름다운 그 모습에 난 놀랐네 변해버린 도시에 함께 거닐던 네 발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스쳐가는 빌딩들 그 거리에서 난 생각했지 널 지우네 지워버리네 처음부터 내 곁에 없던 것처럼 지우네 지워버리네 아무 희망도 없는 것처럼 이제야 알 것 같아 내가 없이도 너는 언제나 상관없다는 걸 친군 내게 말했지 그때의 내 모습 달랐다고 달랐다고 지우네 지워버리네 처음부터 내 곁에 없던 것처럼 지우네 지워버리네 아무 희망도 없는 것처럼 나의 도시여 잠든 그대여 그대의 이름 영원 속으로 젊음은 가고 우리의 사랑 뜨거운 여름 영원 속으로
멈춰선/음악 2010. 9. 10. 17:23
사라지지말아요. Dear Cloud.
무엇이 그댈 아프게 하고 무엇이 그댈 괴롭게 해서 아름다운 마음이 캄캄한 어둠이 되어 앞을 가리게 해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 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 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이젠 놓아줘 그대의 오래된 무거운 짐을 이제는 쉬게 해도돼 우릴 본다면 그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
멈춰선/음악 2010. 8. 27.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