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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기록

결혼.

_sran 2010. 11. 1. 00:46


오빠가 결혼을 해.
뜨문뜨문 나왔던 이야기가 잦아지고, 언니가 인사를 오고,
비싼 코스요리 먹다 체할뻔한 어색돋는 상견례도 끝나고, 날을 잡고 식장을 예약했다고 해.

엄마랑 나는 절대 오빠같은 남자랑은 연애 안할꺼라 자신있게 말할만큼 까칠깐깐 열매를 다섯개쯤 드신 분인데다,
우리집에선 처음 있는 큰 일이라 식구들은 참 신기하고 설레여 하고 있어.
특히 엄마는 며느리가 생긴다는게 실감이 안난다며 했던 얘길 몇번이고 반복하고,
김치를 만들어 주말에 나가는 오빠손에 들려 보내는둥 벌써부터 시어머니 놀이에 즐거우신가봐.
며칠전엔 반찬하나 제대로 못하는 오빠한테 둘이 같이 일하는데 와이프만 밥하고 반찬 만들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요리학원이라도 다니라며 타박을 하시더라고.
그 얘길 나한테 전하면서 본인이 최근 했던 말중에 제일 괜찮았던 말 인것 같다며 뿌듯해 하시던 모습이라니. ㅎ

그런데 말야 결혼이란거 뭐가 이리도 할게 많은지,
내 결혼도 아닌데 옆에서 보다가 식을 치르기도 전에 질려버릴것 같아.
식을 어디에서 올리냐 부터 예단비가 어떻고, 예물이 어떻고, 당일날 누가 어디서 오고,
어머님들은 한복을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네? 집은 어디에서 살며, 신혼여행을 다녀와선 뭐가 어떻고.
간소하게 한다고 하는게 이 정도인것 같은데 정말 챙길것 다 챙기려면 결혼 못하겠다 싶더라.

만약에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한다면 말야.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그 시간들이 길 뿐이지, 결심한 다음엔 그저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것 처럼
그렇게 무심한듯 조용히 흘러갔으면 좋겠어.
둘이 같이 살게될 집을 꾸미고 식구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저희 이제 부부가 되겠습니다. 한 다음에 부모님은 부모님댁으로, 우리는 우리집으로 오는거야.
그렇게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엔 정말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결혼축하 파티를 하는거야.
맛있는거 먹고 좋은 노래 듣고 맥주랑 샴페인 마시면서 밤새 노는거지.
서로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하기로한 결정을 정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축하를 받는거야.
손발이 오글거리겠지만 서로에게 편지는 한 통 쓰고, 신랑은 노래한곡 불러주고, 예물은 심플한 백금반지 하나면 되겠다.
그렇게 밤새 놀고선 늦잠을 자고 둘이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한 다음에 한 일주일쯤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
만약에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한다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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