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작아졌다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너무 적게 웃고너무 빨리 운전하고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너무 늦게까지 깨어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젼을 너무 많이 본다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말은 너무 많이 하고사랑은 적게하며거짓말은 너무 자주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
멈춰선/우주
2012. 7. 12. 10:10
+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 다른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 민아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누추한 방을 들키고 말았을 때 오래 부끄러워했을 연인의 마음자리, 그 한복판에 새겨진 흉터를 먼저 헤아려줄 수는 없었을까. 그러지 못했다면 혹시 사랑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그 질문은 영원토록 봉인될 것이다. + 가장 나쁜 습관은 어..
멈춰선/책
2012. 6. 2. 01:28
그런거 있지 너무 아픈데 아프다는 말이 기억나지 않는것그런거 있지 너무 아는데 알면서도 믿어지지 않아 슬픈거이를테면 헤어짐 같은 내가 너에게 했던 말과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은 사랑이었을까 ----- 심현보, 김연우, 김형중
멈춰선/음악
2012. 5. 31. 01:40
+ 우리가 사랑하는 연습을 꺼리는 것은 이 감정과 관련한 초기 경험과 관계가 있다. 우리를 최초로 사랑해준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지만 그만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받기 쉬운 면이나 불안들, 욕구들을 내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연인으로서보다는 부모로서 알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가장 좋은 의도로부터 가장 복잡한 결과를 낳는 환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다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 + 이들은 각자의 영역을 견고히 유지하는, 침착하고 고립된 존재들 같았어요. 기대 없이 실행하고, 물살에 몸을 맡겼다가 하나의 파도가 ..
멈춰선/책
2012. 5. 30. 00:34
2012년 5월 13일 남들은 잘 모르지만 사실은 난 트러블 자체를 싫어하고 회피하는 리트리버형 인간이다. 에스비에스에서 도저히 회복이 어렵겠다 싶은 가족관계가 상담치료등을 통해 풀려가는 어찌보면 흔한 프로를 해서 보고 있는데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는 태어나서 스무살될때까지 엄마랑만 지지고볶고 살았지 아버지랑은 물떠와 네 밖엔 대화가 없던 부자지간이었다. 아버진 항상 너무 바쁜 분이었고 특별히 권위적이지 않으셨지만 내겐 권위적으로 느껴졌고 늘 자기 가족보단 친척과 친구 지인들을 더 챙기는 그런 분이셨다. 그렇다고 거기에 특별한 갈등이나 불만은 없었다. 아니 그냥 불만 자체가 용인이 되질 않았다. 감히. 가족간의 소통이라는게 뭔지 생각해본다 내가 책을 내고 나서 이걸 부모님이 읽지 않게되길 바랬지만..
멈춰선/우주
2012. 5. 16. 00:36
...... 누구나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고, 그를 위해 심사 숙고한 선택을 하지만 우린 때로 그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무언가, 바로 ‘후회해도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강렬한 마음을 잊는 것 같다. 그런데 여주인공‘윤서래’는 후회해도 상관없다며 자신을 지탱하던 삶의 기둥을 송두리 체 뽑아버린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간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그 열정에 우리는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언젠가는 그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해도 (분명 후회하는 순간들은 찾아올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해서 얻은 후회는 아예 후회하지 않기를 작정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이 아닐까? 한 편,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뻔뻔한(?) 삶과는 반대로 대놓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삶도 있다. “내가 그 때 회사를 관..
멈춰선/책
2012. 5. 2. 01:40
:: 그사이, 한 계절이 지나갔다. 우리가 주고 받은 편지, 즐겨한 농담, 나눠들은 음악 속에서, 꽃이 지고 나무가 야위어갔다. 그리고 한 계절만 더 지나면 봄이 올 터였다. 그리고 또 여름, 가을...... 그렇게 피었다 사위어가는 것들의 기운을 먹고, 우리는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 자만하게 되는 나이. 그 찰나의 정점 속으로 달려가게 될 터였다. 하루, 또 하루가 갔다. + 나는 아이가 주인공인, 정확히 말하면 미성년자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언가에 고통받는 상황이 힘들다. 당연히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잖아.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픽션이란걸 알고있는 영화나 책도 잘 못 볼 정도인데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라니. 검정치마의 노래가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하면서도 시..
멈춰선/책
2012. 4. 26. 02:35
"여러분 부모들이, 선생들이 흔하게 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6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입니다.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 아닙니다. Everything is not going to be alright indeed. 다만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는 있습니다." 모든건 어느 한 순간 저절로 괜찮아지지 않는다. +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야 조디포스터가 감독과 제작까지 했다는걸 알았네.+ 네이버 영화에 장르가 코미디/드라마로 되어있는데 이건 아니잖아요.+ 낭만적인 봄비라고 부를수 없는 폭우에 종로 한 복판에서 우산이 뒤집히고 영화처럼 난민이 된 기분은 보너스.+ 서울에서 상영하는 극장은 단 두곳. 그나마 상영시간도 두 극장 모두 하루 한번. 끙.
멈춰선/영상
2012. 4. 22. 23:31
::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를 볼 때하고 비슷한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지.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그렇지만 호랑이가 몸을 돌려 사라지면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잖아. :: 슬픔에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그러니까 서러움에 가까운 감정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음이 차가워지는, 비애에 가까운 심사도 있다. 그날의 나는 후자였다. 마음에 서리가 낀다고 해야 할까. 심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눈가가 시렸다. 수화를 하는 아이들의 손에서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멈춰선/책
2012. 4. 11. 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