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내가 추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그리하여 때때로스스로 묻고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나는 지금 부엇을 꿈꾸고 있는가?
멈춰선/책 2016.07.03 21:15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혼자이기를,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꿈꾸고 꿈꾸노니-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멈춰선/책 2016.06.21 21:28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마스다 미리.
- 인터뷰가 활자화될 경우, 게재하기 전에 본인이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곧잘 수정을 한다. “남이 쓴 글을 고치는 건 실례인데…..” 하고 옛날에는 좀 사양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한 발언이다. 이런 표현은 하지 않았어, 내가 한 말과 달라, 그렇게 생각되면 고치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엉터리 자신이 만들어진다. - 전국지에 실린 그 기사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 기사로 인해 새로운 일도 들어왔..
멈춰선/책 2016.06.04 15:58
미국의 대가족. 커트 보니것.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가자. 성에 관해, 그리고 여성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이트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여자들은 무엇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다. 남자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많은 친구를 바란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화를 내며 덤비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
멈춰선/책 2016.05.24 00:04
낙서. 박준.
저도 끝이고 겨울도 끝이다 싶어무작정 남해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거기는 벌써 봄이 와서농어도 숭어도 꽃게도 제철이었습니다혼자 회를 먹을 수는 없고저는 밥집을 찾다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몸의 왼편은 겨울 같고몸의 오른편은 봄 같던 아픈 여자와늙은 남자가 빈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집메뉴를 한참 보다가김치찌개를 시킵니다여자는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남자를 하나하나 지켜보고저도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남자는 돼지비계며 김치며 양파를 썰어넣다..
멈춰선/책 2016.05.08 22:05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책머리에[저녁의, 불 밝힌 여인숙처럼 앞으로 10년도] 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멈춰선/책 2016.05.07 23:17
동경에 대하여. 오지은.
동경에 대하여.고등학교 때였나, 동네 햄버거집에서 버거를 먹고 있는데, 당시 인기가 아주 높았던 지누션이 가게에 들어와서 버거를 먹고 갔다. 당연히 분위기는 난리였다. 서울깍쟁이들이라 대놓고 환호를 보내지는 않았어도 모두 볼을 붉히며 사인을 받으려고 하거나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도 그중 한명이었다. 줄을 서서 사인도 받았던 것 같다. 단지 이동중에 버거가 먹고 싶을 뿐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누션도 딱하다.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멈춰선/책 2016.03.22 00:55
미스터 무라카미. 오지은.
미스터 무라카미...중략...창작의 영감은 대부분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뇌의 준비운동 시간에 많이 온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시합전에 몸을 푸는 것 같다. 음악의 경우에는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뒤져보거나 할 때, 너무 잘된 것을 만났을 때 자극이 되어 활성화되기도 하고, 오히려 기가 꺾이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별로인 것 앞에선 용기가 솟아올라 호랑이 기운으로 작업에 임하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별로라기보다 내가 멋대로 ..
멈춰선/책 2016.03.14 09:01
2015년 5월의 다른 어느 날. 오지은.
2015년 5월의 다른 어느 날얼마 전 병원에서 한동안 창작을 하지 말라는 진단을 듣고그럴 수는 없다고 진료실에서 언성을 높였다.인대에 대해서 생각한다. 발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면 인대가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나무판을 덧대거나 깁스를 한다. 나는 무리를 하면 종종 턱이 빠지는데 병원에서 방법이 없다고했다.그냥 빠지지 않도록 하품을 할 때 조심하고딱딱한 것을 먹지 말라고, 평생.삐지 않도록 잘 잡아주는 강인한 발목 인대..
멈춰선/책 2016.03.08 23:49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자주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매우 개인적인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촬영 때문에 장기간 집을 비웠다가, 한 달 반 만에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밤. 세 살배기 딸은 방 한구석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힐끔힐끔 나를 신경쓰는 기색이었지만, 좀처럼 곁에 오려 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긴장하고 있구나...
멈춰선/책 2016.01.02 23:06
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 김병수.
...불안과 우울은 나와 친구가 되는것을 허락하지 않고그저 내 안에 조용히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가 내가 약해지는 순간 사납게 공격을 한다. 우리는 절대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불안과 우울은 규칙도 없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들은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산발적으로 일어난다. 규칙이 있다면 미리 대비를 하거나 피하기라도 하겠지만 규칙이 없기에 그저 주어진 운명처럼 ..
멈춰선/책 2015.12.14 01:56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 그는 영원히 '제때'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채 공항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외로움과 공포가 점증해가는 가운데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멈춰선/책 2013.08.13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