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감. 오은.
계절감.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nbs..
멈춰선/책 2018.10.12 13:55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
멈춰선/책 2017.10.04 21:24
건너편. 김애란.
:: 도화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법을 존중했다.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사실의 문장을 신뢰했다. ...(중략)...더구나 그 말은 세상에 보탬이 됐다. 선의나 온정에 기댄 나눔이 아닌 기술과 제도로 만든 공공선. 그 과정에 자신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꼈다. 그것도 서울의 중심 이른바 중앙에서.::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
멈춰선/책 2017.07.16 23:57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하지현.
:: 불확실한 세상은 언제나 나를 불안정하고 흔들리게 만든다. 그 흔들림은 위험신호를 발생시키고, 몸은 긴장하고, 마음은 예민해지고, 전투모드를 지속하다 제풀에 지쳐버린다. 마음의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싱크홀에 빠져서 세상의 절멸을 바라거나 구원의 환상을 꿈꾸고 있다.  이 안에서 개인이 강해질 수 있는 정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 나 한 사람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자아를 완벽하게 발달시키겠다는 욕망이 의..
멈춰선/책 2017.04.19 00:38
공감필법. 유시민.
::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어떤 텍스트를 비판하려면 먼저 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텍스트를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봐야 합니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과 어떤 감정을 텍스트에 담았는지 살펴본 다음 빠져나와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비평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그걸 쓴 사..
멈춰선/책 2017.03.26 18:35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 인격자, 리더, 세계사의 위인들, 일일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난 할 수 있다'며 결의를 다지겠지. 나는 그런 훌륭한 인간이 못 되었으므로 끊임없이 번민했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게 이상했다. :: 우선 내 감정이 중요하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내 인생 3년을 그런 쓸모없는 일에, LPG 가스..
멈춰선/책 2016.10.03 14:18
소설가의일. 김연수
---그러므로 현대 소설의 주인공이 온몸으로 끌어안아야만 하는것은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이 불안이다. 만약 [춘향전]처럼 만난 첫날에 사랑가 부르며 여주인공 옷고름 푸는, 참으로 명쾌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자신이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원망해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인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보다 구닥다리로 느껴지는 소설은 없다. 설사 그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불안 속에..
멈춰선/책 2016.08.07 11:34
기도.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내가 추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그리하여 때때로스스로 묻고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나는 지금 부엇을 꿈꾸고 있는가?
멈춰선/책 2016.07.03 21:15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혼자이기를,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꿈꾸고 꿈꾸노니-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멈춰선/책 2016.06.21 21:28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마스다 미리.
- 인터뷰가 활자화될 경우, 게재하기 전에 본인이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곧잘 수정을 한다. “남이 쓴 글을 고치는 건 실례인데…..” 하고 옛날에는 좀 사양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한 발언이다. 이런 표현은 하지 않았어, 내가 한 말과 달라, 그렇게 생각되면 고치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엉터리 자신이 만들어진다. - 전국지에 실린 그 기사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 기사로 인해 새로운 일도 들어왔..
멈춰선/책 2016.06.04 15:58
미국의 대가족. 커트 보니것.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가자. 성에 관해, 그리고 여성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이트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여자들은 무엇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다. 남자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많은 친구를 바란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화를 내며 덤비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
멈춰선/책 2016.05.24 00:04
낙서. 박준.
저도 끝이고 겨울도 끝이다 싶어무작정 남해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거기는 벌써 봄이 와서농어도 숭어도 꽃게도 제철이었습니다혼자 회를 먹을 수는 없고저는 밥집을 찾다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몸의 왼편은 겨울 같고몸의 오른편은 봄 같던 아픈 여자와늙은 남자가 빈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집메뉴를 한참 보다가김치찌개를 시킵니다여자는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남자를 하나하나 지켜보고저도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남자는 돼지비계며 김치며 양파를 썰어넣다..
멈춰선/책 2016.05.08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