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다시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GV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세번째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가슴 속이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네요. 


최근 1~2달 동안 무려 

세 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개봉-재개봉되었는데, 

이 기회에 '걸어도 걸어도'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인

'원더풀 라이프' 역시 재개봉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래 글은 '걸어도 걸어도'가 8년 전에 

첫 개봉할 때 제가 썼던 시네마레터 칼럼입니다.  

이전에도 한번 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재개봉도 되었으니 다시 한번 올려드릴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등장하는 가족은 평온해 보입니다. 모처럼 아들과 딸이 부모님 댁에 찾아와 한 상에 둘러 앉은 채 모두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먹습니다. 

 

그들이 모인 이유가 십여년 전 바다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고나서 익사한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지키기 위해서임을 관객이 눈치채고 난 후에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선 십여년 전에 잃은 가족 구성원을 떠올리면서 누군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한 번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잘 극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벌써 십여년이나 지났으니까요.  자상한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한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를 넘나들지요. 무뚝뚝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까지 보이구요.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일까요. 식탁에 둘러앉아 별별 시시한 이야기를 다 꺼내도록 장남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세월이 어느새 아픔을 치유해줬기 때문일까요.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고통으로 경험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모두는 결국 다른 사람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는 존재니까요.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연약한 삶이 입게 된 숱한 상처들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몸 속 깊은 곳에 잠복해 있던 환부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통증을 되살립니다.

 

 영국 감독 테렌스 데이비스는 “나는 내 가족의 역사를 영화로 만든다. 만일 고통이 없다면 내 영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 가수 스팅은 “나는 고통과 혼란에 처해 있을 때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는 듯하다”고 회고한 바 있지요.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고 누군가는 음악을 만듭니다. 누군가는 괴로울 때 그런 음악을 듣거나 그런 영화를 보며 펑펑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지만 또 누군가는 그저 입술만 깨뭅니다. 

 

‘걸어도 걸어도’의 아버지는 자신의 장남이 구해낸 아이인 요시오가 별 볼 일 없는 직업을 가진 청년이 된 모습을 보고서 “저런 하찮은 놈 때문에 내 아들이 죽다니. 저런 놈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라고 버럭 역정을 내며 뒷말을 합니다. 반면에 어머니는 요시오에게 친절히 대합니다. 그러나 준페이의 기일마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찾아와야 하는 요시오에 대해 “이제 저 사람은 그만 불러요. 유족인 우리를 보고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불쌍해요”라고 말하는 차남에게, 어머니는 “바로 그래서 부르는 거야”라고 조용히 속내를 드러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초래한 사람에게 그와 같은 방식으로 차갑게 벌을 주고 있었던 거지요. 

 

이 영화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그가 죽은 바다로 내려갑니다. 이 영화의 어머니는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그가 묻힌 산으로 올라갑니다. 극중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과 산으로 향하는 길 모두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함께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다로 내려가는 사람이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보다 덜 아파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복수를 하는 이가 직설적으로 욕을 내뱉는 이보다 더 잘 견뎌내고 있다고 할 수도 없지요. 

 

고통을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표출하는 양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덜 느낀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그만큼의 약함과 그만큼의 악함으로 악착같이 견딥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필사적으로 버팁니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from.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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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력에 대하여.

2012.06.04 01:56 from memory









삶에는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어떤것이 있고.

매순간 노력해야하는 어떤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녀가 자신의 철칙이라며 이야기했던 그 말은 내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동안 내 핸드폰 메인이 되었던 이동진님의 글이 다시한번 생각나는 밤입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 조그맣고 불안정한 공간과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노력이고, 본능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선 태도입니다.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은 배워야만 하고 갈고 닦아야만 하지요. 그건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잘자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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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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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이동진.

2012.03.19 01:22 from record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 조그맣고 불안정한 공간과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노력이고, 본능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선 태도입니다.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은 배워야만 하고 갈고 닦아야만 하지요. 그건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 밤은 책이다.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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