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마음속으로 오늘로 인생이 끝나버리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다음에 찾아올 성가신 감정과 마주하지 않아도 될텐데. 정말로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식탁이었다. 눈 앞의 음식물이 다 없어지고 나니 갑자기 할 일도 없어졌다. 손을 잡고, 새로운 가게를 찾아다니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감상을 얘기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온천탕에 들어가고. 지금까지 당연한 듯이 존재했던 그런 시간들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따로따로..
멈춰선/책 2013.06.16 01:13
오늘의 약속. 나태주.
오늘의 약속. 나태주.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
멈춰선/책 2013.04.05 18:05
침묵의 미래. 김애란.
- 나는 내가 나이도록 도운 모든 것의 합, 그러나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가며 만든 침묵의 무게다.- 이곳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졌다. 몸에 좋은 독이라도 먹듯 날마다 조금씩 비관을 맛봤다. 고통과 인내 속에서, 고립과 두려움 안에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소금처럼 하얗게, 하얗게 결정화된 고독...... 너무 쓰고 짠 고독. 그 결정이 하도 고유해 이제는 누군가에게 설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입을 잘못 떼었..
멈춰선/책 2013.02.15 01:31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점심에 기대없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바로 겟!결핍을 책으로 채우겠단 결심이 무색하게, 어렵게 넘기던 조르바씨를 잠시 접고 유쾌하게 랄랄라-하지만, 벌써 8년전 책. 랄랄라-
멈춰선/책 2013.02.02 02:40
아주 넓은 등이 있어. 이병률.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이젠 다 집어치우고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달(月)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도 되겠다 싶은데오래 울 양으로 강물 다 흘려보내고손도 바람에 씻어 말리고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종이를 잊고나무도 돌도 잊고아주 넓은 등에 기대한 시절 사람으로 태어나..
멈춰선/책 2012.12.10 11:26
초월. 박범신.
:: 젊은 날은 사랑을 소유하고자 했으나 이제 내 사랑,초월에 놓고자 한다. 소유는 순간의 완성을 만나지만 결코 지킬 수 없고, 초월에의 사랑은 완성감 없으나 오래 지킬 수 있다. 세월 따라 깊이와 넓이가 이리 다르니 사랑에의 본원적 갈망은 영원하다. "은교"는 내 초월적 사랑에의 갈망이었다. 소유하지 않았으니 이적요 노인은 지금도 사랑하는 은교와 함께 있다.  -박범신.
멈춰선/책 2012.11.28 00:45
안녕 다정한 사람. 이병률 외.
- 바다는 어쩌면 조금씩 비슷하며 또 다르다. 누구와 바다에 갔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어쩌면 바다를 대하는 마음에 따라 색깔 또한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다정해질 것 같다. - 새로운 풍경 속에서 문득 나의 지나가버린 시간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시간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인생도 한 계절도 그렇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도 마찬가지.- 나는 어려서 결핍감 속에 살았는데, 그중 하..
멈춰선/책 2012.11.20 00:56
소식. 김용택.
                  소식. 김용택.봄빛이다.고개를 잘 넘어왔다.아련히 아프다. 아득히 그립다.나를 잊어라.한 소식 전해오는봄의 소리,입술이 바짝 튼다.
멈춰선/책 2012.09.09 22:35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가을에는 술을 입안에 털고 나면 늘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그 뜨거운 숨결이 이내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동한 허공 속으로 흩어진 내 숨결들. 그처럼 내 삶의 곳곳에 있는..
멈춰선/책 2012.08.22 22:45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2 이병률.
- 사랑의 그림을 보는 건 공짜지만, 사랑이라는 그림을 가지는 건 그렇지 않다. 사랑을 받았다면 모든 걸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그 가슴뛰게 잎을 틔우던 싹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시들고 마는 걸까.-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
멈춰선/책 2012.08.03 01:11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세상의 모든 등대를 돌아보고 왔다고 한들, 써커스단에 섞여 유랑하느라 몸이 많이 축났다고 한들 뜨겁게 그리운 것들이 성큼 너를 안아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누군가가 네가 없는 너의 빈집에 들러 너의 모든 짐짝들을 다 들어냈다고 해도 너는 네가 가져온 새로운 것들을 채우면 될 터이니 큰일이 아닐것이다. 흙도 비가 내린 후에 더 굳어져 인자한 땅이 되듯 너의 빈집도 네가 없는 사이 더 견고해져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형편없는 상태의 네..
멈춰선/책 2012.07.18 01:41
사랑의 기초_연인들. 정이현.
+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다른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 민아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
멈춰선/책 2012.06.02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