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우주
2016. 9. 4. 22:46
종로에서 일할 때 제일 좋았던건마음이 답답할 때 청계천도 걷고, 반디에서 책도 보고,야근하다가도 8시 15분에만 회사를 나서면시네큐브 8시 40분 마지막 상영영화를 보러갈 수 있었던 것. 온라인배송을 기다릴 수 없던 책들과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샀던 공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기다리게 했던곳,그곳이 이제 없어진다니. 변하지 않는건 없다지만 또 한번.추억의 공간이 낯설어 지겠구나.
오늘의기록
2016. 9. 4. 22:42
4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삼십년이 넘게 살아온 내가, '환절기'라는 단어를 잊고 계절을 이렇게 또렷이 기억해도 되는걸까? 8월 24일까진 대단한 여름의 한가운데. 폭염이었고,25일엔 갑자기 밤공기가 시원해졌다 싶더니,26일엔 자다가 나도 모르게 이불을 폭 덮었고,27일엔 해질녁에 신촌에서 연남동까지 걸어도 땀이 안나는걸 신기해 하며, 하늘에서 계절 명령어를 잘못 날린것 같다며 농담하다가,28일엔 담주엔 또 더워질테니 지금 즐기자며 숲으로 소풍을 가서는, 진짜 바람이 다르다고 놀라다가,29일엔 어어, 진짜 가을이 오려나봐? 라며 드라이기를 평소보다 더 오래하고,30일엔 퇴근길 써늘한 바람에 감기를 걱정하게 되었다. 2016년 08월 25일에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었다.
오늘의기록
2016. 8. 30. 23:47
오늘 엉망이었나요? 유난히 힘들었나요? 뭐 하나 되는 일 없이 하루를 잃어가나요? 수없이 많은 날 중에 그저 그런 날이 있죠 시끄러운 이 하루만 지나면 괜찮을 테니 오늘 밤은 평화롭게 오늘 밤은 울지 않게 아무 근심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살며시 웃으며 잠들길 편히 쉬어요 Good Night 눈물이 많아졌나요? 가끔 그럴 때가 있죠 견디려 애쓰지 말아요. 내일은 괜찮을 테니 오늘 밤은 평화롭게 오늘 밤은 울지 않게 아무 근심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살며시 웃으며 잠들길 편히 쉬어요 Good Night 워어 워어 워어 라랄라 편히 쉬어요 Good Night 워어 워어 워어 라랄라 편히 쉬어요 Good Night Good Night, Good Night, Good Night 오늘 밤은 평화롭게 오늘 밤은 울지 ..
멈춰선/음악
2016. 8. 23. 01:42
내게는 문신이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른쪽 팔에 쓰인 글귀가 무슨 뜻인지 물어왔고 나는 그때마다 비밀이라고 말했다. 혹은 ‘탕수육은 소스에 찍어먹는 게 아니라 소스를 부어먹는 것이다’ 정도로 때에 따라 다르게 설명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단한 글귀라서가 아니다. 이런 종류의 말은 남에게 권할 것이 아니라 입 다물고 내가 혼자 조용히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까먹지 않으려고 굳이 살 위에 써놓은 것인데 그 의미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낭비가 아니겠는가. 탕수육 이야기는 다시 한번 미안. 실은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라고 쓰여있다. 68혁명 당시 게바라가 한 말이라고 대중에 알려진..
멈춰선/우주
2016. 8. 18. 01:50
-- 이렇게 일상을 공유하는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 할수도 있어요. 근데 저는 거의 모든것엔 사실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게 수필, 또는 어떤 종류의 소설이나 노래가사의 의미라고 생각을 또 하고. 우리는 거창한것을 사는것이 아니고 작은것들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사는게 목표라고 감히 생각을 해요. -- from. 오지은 podcast.
멈춰선/우주
2016. 8. 15. 23:48
--- 그러므로 현대 소설의 주인공이 온몸으로 끌어안아야만 하는것은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이 불안이다. 만약 [춘향전]처럼 만난 첫날에 사랑가 부르며 여주인공 옷고름 푸는, 참으로 명쾌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자신이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원망해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인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보다 구닥다리로 느껴지는 소설은 없다. 설사 그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불안 속에서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에 그런 주인공에게 우리의 마음이 가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그런 세계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하..
멈춰선/책
2016. 8. 7. 11:34
이번 주에 다시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GV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세번째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역시나 가슴 속이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네요. 최근 1~2달 동안 무려 세 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개봉-재개봉되었는데, 이 기회에 '걸어도 걸어도'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인'원더풀 라이프' 역시 재개봉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래 글은 '걸어도 걸어도'가 8년 전에 첫 개봉할 때 제가 썼던 시네마레터 칼럼입니다. 이전에도 한번 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재개봉도 되었으니 다시 한번 올려드릴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등장하는 가족은 평온해 보입니다. 모처럼 아들과 딸이 부모님 댁에 ..
멈춰선/우주
2016. 8. 7. 11:07
퇴근길.타고있던 버스가 접촉사고가 났다. 급 정거에 놀란 마음은상황을 파악한 후엔 얕은 피곤으로, 버스와 부딪힌 고급 세단에서 딱 봐도 거친 일을 할 것 같은 청년이 인상을 쓰며 내리는걸 본 순간 부터는,불안과 걱정으로 변했다.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서 버스와 고급세단의 접촉사고. 버스안에서 기사아저씨와 고급 세단 청년이 실랑이를 하는걸 보면서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했다. 만약.내 기준에 인간적이지 않은 일들이 내 눈앞에서 벌어진다면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한 걸까... 다행히 다음날 페북 타임라인을 떠돌 영상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상상만으로도 끝없이 무기력해진다...정말 무엇이 중요한걸까...나는 무엇을 보며 살아가야하는걸까.
오늘의기록
2016. 7. 20.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