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가자. 성에 관해, 그리고 여성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이트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여자들은 무엇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다. 남자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많은 친구를 바란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화를 내며 덤비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이상 대가족을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면 신부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신랑 역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두고 멍청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지금은 극소수의 미..
멈춰선/책
2016. 5. 24. 00:04
멈춰선/영상
2016. 5. 23. 17:50
멈춰선/영상
2016. 5. 23. 17:36
"스탠포드 감옥실험의 짐바르도가 한 이야기가 있다. 오이를 피클통에 넣으면 피클이 된다. 오이가 아무리 피클이 안 되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일부 예외가 있지만 상황은 우리 행동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이 있다. 나를 너무 믿지 말고 내가 놓일 조건을 바꿔야 한다. 감옥 실험에서 이틀도 안 되어 악랄한 간수로 변해간 학생들이나 상대적으로 선량한 간수 역할을 했지만 결국 악랄한 간수들을 도운 학생들이나 죄수 역할을 한 학생들이나 모두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하였고 아무 문제가 없는 백인 대학생이었다. 그들은 그저 뽑기에 의해 죄수와 간수로 나뉘었을 뿐이다. "나는 신선하고 달짝지근한 오이지, 절대 시고 새콤한 피클이 아니란 말야." 이렇게 외쳐대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짐바르도의 충고는 이렇다. 날 피클통에 넣지..
멈춰선/우주
2016. 5. 23. 16:40
매우 사회적이지만 매우 개인적이기도 한 나는,어느정도 말을 했으면 아무말도 하기 싫은 시기가 오고, 어느정도 사람을 만나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기가 온다. 항상 관계가 최우선일 수도. 나 스스로가 먼저일 수도 없는.애매한 자신을 인정한지는 좀 되었는데,무리하지 않는 경계를 자연스럽게 찾는건 여전히 어려워서미안함과 감사함을 버릇처럼 달고 살아갈 수 밖에없다. 언젠가 나의 사회성에 대해 묻는 누군가에게 sora가'스란은 엄청 잘 할거에요. 근데 좋아하진 않을걸요.' 라고 말했던게 생각난다.정말 그렇다.잘하는데 싫어하다니. 이게무슨 모순이야.나는 왜이리 모순적인 인간인가. 지금의 나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떤말도 하고싶지 않은. 어디론가 숨고싶기만 한 시기. 서른세번 첫 눈을 보며 배운 하나는..
오늘의기록
2016. 5. 16. 20:53
스웨덴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에 앉아있다.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기분이다. 하필이면 작업 몇 개가 모여 있는 정신없는 주였다. 거기에 선배가 제안한 전시회도 예정돼 있었는데, 하필이면 외주제작건의 해외출장 일정이 전시 일정과 겹쳐버렸다. 떠나기 전 그나마 겹치지 않은 하루 동안 전시장을 지키러 오면서, 아직 다 마무리 짓지 못한 작업 거리들을 싸들고 앉았다. 그 와중에 연락이 왔다. 대법원 해고무효 최종 승소 판결. 그러니 이 하루 동안 머릿속이 얌전하기란 아주 글러버린 일이었다. 작업은 빨리 해서 보내야 하는데, 전시회장에는 아침부터 감사하게 손님들이 찾아와 주고, 전화기는 대법원 판결 소식으로 계속 울린다. 당장 내일 스웨덴으로 떠날 준비도 전혀 못해놨는데, 어찌어찌 다녀오고 나면 벌여놓은 일들을 정..
멈춰선/우주
2016. 5. 16. 19:50
여름을 준비하는 자세로 천연 버물리를,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자세로 페스티벌용 원피스를,언니 말처럼, 굳이 전주에서 참 잘도 골라왔다. 언니는 밥을먹고 차를 마시는 내내 계산하라며 엄마처럼 카드를 주었고,남편없이 오랜만에 멀리 놀러 나왔다며 신나했고,영화속 칠레 남자들의 와이프 사랑에 감탄했고,파파라치처럼 옆모습 뒷모습을 엄청 찍어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했던 기차표지만 떠날때의 마음은 무거웠는데, 들썩 들썩. 도시전체를 감싸는 축제의 공기 속에서 어떤 위로와 용기를 얻어올 수 있었다. 역시.살까 말까 할때는 사지 않는 편이.갈까 말까 할때는 가는 편이. 조금은 더 나은것 같아.
멈춰선/순간
2016. 5. 8. 23:00
저도 끝이고 겨울도 끝이다 싶어무작정 남해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는 벌써 봄이 와서농어도 숭어도 꽃게도 제철이었습니다 혼자 회를 먹을 수는 없고저는 밥집을 찾다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몸의 왼편은 겨울 같고몸의 오른편은 봄 같던 아픈 여자와늙은 남자가 빈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집 메뉴를 한참 보다가김치찌개를 시킵니다 여자는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남자를 하나하나 지켜보고저도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 남자는 돼지비계며 김치며 양파를 썰어넣다 말고여자와 말다툼을 합니다 조미료를 그만 넣으라는 여자의 말과더 넣어야지 맛이 난다는 남자의 말이 끓어넘칩니다 몇 번을 더 버티다성화에 못 이긴 남자는조미료 통을 닫았고요 금세 뚝배기를 비웁니다저를 계속 보아오던 두 사람도그제야 안심하는 눈빛입니다..
멈춰선/책
2016. 5. 8. 22:05
---책머리에 [저녁의, 불 밝힌 여인숙처럼 앞으로 10년도] 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 루미, [여인숙] 전문 여인숙, 그건 따뜻한 불빛처럼 내 기억 속에서 반짝인다. 어렸을 때, 나는 기차역 앞 동네에서..
멈춰선/책
2016. 5. 7. 23:17
속삭여주세요들릴 듯 말 듯 그 말을더 더 더그냥 앉아 있어요 지금 만난 것처럼조금만더 더 더 짓궂게 생각 마세요이 마음은 더 해요언제나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내게 날개가 있다면그리움을 그릴 수 있다면날아가겠어요보여드리겠어요 속삭여주세요들릴 듯 말 듯 그 말을더 더 더그냥 앉아 있어요 지금 만난 것처럼조금만 더 더 더 --- 나조차도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마음 오지은서영호 [작은 마음] 어떤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떠올랐다가 가라 앉는다. 진심이 아니어서도 깊이가 없어서도 가벼워서도 아니다. 무거운 추를 매단 것처럼 제대로 걸을 수 없지만 어쩐지 하찮은 감정은 아닐까 여기는 것은 되려 자신이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화자 역시 표류한다. 분명하지 않은 감정의 선 위에서. 1미터 너머의 상대를 ..
멈춰선/음악
2016. 5. 7. 22:22
지난 2월, 한 젊은 편집자가 세상을 떠났다. 근무 중에 사고사를 당한 것이다. 편집자라는 직업 특성상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편집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다니. 이렇게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출판 동네는 조용하다. 그는 참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을 아주 잘하고 좋아하는, 그야말로 타고난 편집자였다. 그런 그가 죽음을 맞은 것은 서점이었다. 그가 속한 출판사에서 광주에 서점을 오픈하기로 하면서 그 생소한 업무를 맡게 되었고, 오롯이 혼자서 몇 달 동안 그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점 오픈이 다가오자 젊은 미혼 여성의 몸으로 일주일 동안 아예 광주에서 숙식을 하며 일에 매달렸다. 그러다 오픈일을 이틀 앞두고 매장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시멘트 바닥에..
멈춰선/우주
2016. 5. 6.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