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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부에 실린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란 글을 읽으며 ‘실수도 폭력이 될 수 있다’라는 구절이 아프게 다가왔다. ​ 

:: 악의를 갖고 한 일이 아님에도 그 일이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건 참 두려운 일이다. 그런 실수를 덜 저지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인 거다.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일,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나 자신의 시행착오 등등 모든 것이 공부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공부에 끝이 없다는 것이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성인(聖人)이 되지 않는 한 계속해야 하는 게 공부일 테니까. 그 성과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타인의 슬픔에 무지한 상태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한다고 해서 또 완전히 알게 되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제논의 역설’처럼 무한히 접근해 가는 그 과정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Q 전작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정확함’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 평소 생활에서도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나? ​ 

:: 별로 그렇지 않다. 삶이 그렇지 않으니 글이라도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 거다. ‘정확한’이라는 말은 어떤 문장이 어떤 생각을 딱 잡아채는 순간을 가리킨다. 내 글이 그런 의미에서 정확한 글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지난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표명한 소망이지만, 그런 문장을 쓰듯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나는 타인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내 위로는 불발되기 십상이며, 가족들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Q 길고 심각한 글만 선호할 거라 생각했는데 리스트를 좋아한다는 게 의외다.(웃음) ​ 

:: 나는 언제나 그런 소개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취향을 알 기회니까 당연히 리스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동진, 정성일, 김혜리, 허문영 같은 영화평론가들의 추천 영화 리스트는 모두 다 보관하고 있다. 그중에서 못 본 영화는 찾아서 보곤 한다.


Q 유튜브의 시대, 사람들이 가장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문학평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 물론 지금은 400년 전에 돈키호테가 책을 읽듯이, 혹은 150년 전 엠마 보바리가 책을 읽듯이 책을 읽지는 않는다. 다른 것들이 많이 생겼으니까. 독서를 하는 인구는 앞으로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그걸 읽는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인간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가장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은 문학작품이니까. 영상과의 대화는 언어적 소통이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학과는 다른 장점이 또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죽음을 향해 가면서 ‘왜 사는가?’를 고민하는 한, 또 타인과 부대끼며 살면서 ‘타인이란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한, 문학을 버리는 건 생존 차원에서도 어려울 것이라고 느낀다. 그렇게 믿고 있다.



from. bookdb.co.kr 작가인터뷰. 문학평론가 신형철 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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