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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가 활자화될 경우, 게재하기 전에 본인이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곧잘 수정을 한다. “남이 쓴 글을 고치는 건 실례인데…..” 하고 옛날에는 좀 사양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한 발언이다. 이런 표현은 하지 않았어, 내가 한 말과 달라, 그렇게 생각되면 고치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엉터리 자신이 만들어진다.
- 전국지에 실린 그 기사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 기사로 인해 새로운 일도 들어왔다.
훗날, 그 기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그때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더니, “이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좋겠구나, 하는 바람을 담아서 썼습니다”하고 웃었다.
-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실수했네, 싶은 일이 있어도 줄줄이 일정이 밀려 있으면 뭐, 됐어, 벌써 지난 일인 걸, 하고 넘기게 된다.
이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빠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혼자서 낑낑거리며 후회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도 소홀해진다.
그건 좋지 않다. 그런 소홀한 관계는 작은 흔들림에도 주저앉게 된다.
- 그러나 이제는 ‘건방진’ 소리를 할 수 없다. 어느새 함께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연하가 되었다. 작업하다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게 아니죠” 하는 말만 해도, 우와, 화났어, 하고 겁을 내기 십상이므로 온화~ 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월이 흐르면 ‘건방진 여자아이’는 ‘무서운 아줌마’로 바뀌는 것 같다.
‘건방’은 내게서 떠나갔다. 두 번 다시 ‘건방’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나는 어린 친구들의 ‘건방’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만큼도 아닌, 아주 어중간한 나이다.
- 그 후, 선술집에서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새벽 2시가 지나서.
실컷 놀았다. 실컷 놀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다음 날에는 마사지 예약을 해둔 용의주도함. 당연하지, 이제 열일곱이 아닌걸. 열일곱 살로는 돌아갈 수 없다. 어른으로 지내는 것도 즐거워서 별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 학교에서 한자 공부할 때는 같은 글씨를 몇 번씩 노트에 써보는 것이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라고 배웠다. 빨리 잊어 버리는 지름길은 몇 번씩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낸 대처법이다.
-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이를테면 자전거를 타고 역에서 집까지 달릴 때 같은, 그런 날마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누군가가 애정이 담긴 한마디를 건네주던 기억이 소중하게 떠오른다.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일이다.
…
아버지나 엄마뿐만이 아니라 많은 바깥세상 사람들이 어린 내게 마음을 써주었다. 그런 많은 ‘애정이 담긴 한마디’의 힘이 어른이 된 내게는 가득차 있다. 그래서 나는 괜찮다! 뭐가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진다.
- 부모가 되어봐야 비로소 부모의 고마움을 안다고 하지만, 각자의 타이밍대로 고마워해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도 “고마웠다’고 느낄 일이 새롭게 나올지도 모르므로, 그때마다 고마워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마흔 세 살의 봄이다.
-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많은 모래를 체 안에 담는 작업과 비슷하다. 많이 담으면 걸리는 것도 늘어난다. 내 체는 좀 큼직하지만…… 그러나 무언가가 도톨도톨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나는 시원시원한 사람도, 줏대 있는 사람도, 온화한 사람도,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도,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사람도, 겉과 속이 같은 솔직한 사람도, 다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호쾌하고 대담한 사람도 아니다. 거듭거듭 유감스럽다…… 내 성격 중에서 싫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 좋아하는 부분 덕분에 그럭저럭 살아간다.
내 성격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
‘한 가지 일에 실패해도 내 전부가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가장 좋아한다. 어째서 흔들림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믿음이 있어서 쓰러지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을 믿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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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잘 늙고 싶다.
따듯하고, 샤이함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