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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여주세요

들릴 듯 말 듯 그 말을

더 더 더

그냥 앉아 있어요 지금 만난 것처럼

조금만

더 더 더


짓궂게 생각 마세요

이 마음은 더 해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내게 날개가 있다면

그리움을 그릴 수 있다면

날아가겠어요

보여드리겠어요


속삭여주세요

들릴 듯 말 듯 그 말을

더 더 더

그냥 앉아 있어요 지금 만난 것처럼

조금만

더 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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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도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마음

오지은서영호 [작은 마음]


어떤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떠올랐다가 가라 앉는다. 진심이 아니어서도 깊이가 없어서도 가벼워서도 아니다. 무거운 추를 매단 것처럼 제대로 걸을 수 없지만 어쩐지 하찮은 감정은 아닐까 여기는 것은 되려 자신이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화자 역시 표류한다. 분명하지 않은 감정의 선 위에서. 1미터 너머의 상대를 향해. 가질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무력해지는 마음과 어리석고 초라한 춤. 잃어버린 것들과 어떻게 해도 찾아오는 절망의 밤. 결국 이들은 손을 마주하지 못해 박수 소리 조차 낼 수 없다. 이렇게 각각의 곡은 저마다 미세한 균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롱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어딘가 서늘한 보컬의 톤과 반대로 따뜻한 악기 소리의 균형이 가져온 미학 때문이다.


너는 그런 나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겠지만

_ 우린 안돼

 

오지은서영호

싱어송라이터 오지은과 서영호의 듀오 프로젝트.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의 원고가 끝나갈 즈음 오지은은 작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것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곡을 쓰게 되었고 이 정서가 통하는 누군가, 서영호에게 제안한 것이 시작점이 되었다. 음반 작업을 하면서 오지은은 자신의 SNS에 ‘우주를 가득 채우기는커녕 한 줌 거리도 되지 않아 꺼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고 하찮은 마음’이라고 적어두었는데 이것이 산문집의 카피이자 [작은 마음]을 관통하는 콘셉트가 되었다. 이 앨범을 통해 두 사람이 하고 싶었던 주제는 어긋난 마음, 꺼내지 못한 마음, 폭발하지 않는 마음, 마주치지 않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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