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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소리가 따듯한지 밝은지, 스네어는 가벼운지 두툼한지, 목소리가 까랑까랑한지 부드러운지
작업중에는 늘 음색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지만
번외로 실제 '색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각 트랙들의 색을 정할 때 입니다
드럼만 해도 많게는 12트랙이 넘어가니까
한 곡에는 수십트랙이 섞이게 되는데
얘네를 좀더 쉽게 알아보기 위해서
아마 2집때부터 각 트랙에 색깔을 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지만
처음엔 정말 까다로운 일이었고
은근 아직도 가끔씩은 (퍼니쳐에 푸르겔혼이 등장했을때라던지)
작업을 멈추게 하는 복병입니다
나팔 소리가 보라색에 가까운지 아이보리에 가까운지
어디 물어보기도 뭐하니까요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정하면 엄청 신경쓰여서 결국 정신차려보면 색을 고르고 있죠
살면서 많은 결정을 하게되고
'난 이걸로 정했다'로 그 이후가 무척 간단해지는 일들이 많은데
항상 거기까지가 어렵더라고요
확신을 가지기까지
마파두부여야만 하는 이유
베이스는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했습니다
(나중에 이거에 관한 얘기를 나눌때 장원이도 붉은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서로 놀랐습니다)
드럼은 힘차고 선명한 곤색과 흰색
통기타는 잔디밭의 연두색
목소리는 살구색
일렉트릭 기타는 녹색
스트링은 하늘 색
피아노는 주황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패드나 ep에는 노랑을 많이 쓰고
달콤한 신스에는 분홍색을 씁니다
브라스는 고동색
언제 뒤엎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 쓰고 있는 팔레트입니다
한 곡이 얼추 끝날때 쯤에는
단정한 곡은 심플해 보이고
화려한 곡은 꽤나 알록달록해지기 때문에
보기에도 그럴듯 하여 더욱더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음악과 무관한 데다가
어차피 아무도 못 보고
전부 쓸데없는 짓이지...
그럼 수고할게요
오늘도 다들 수고 하세요
s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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