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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우주

직장을 그만둘까요?

_sran 2009. 12. 10. 02:16



직장인의 질문 :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어느 새 직장 생활한 지 8년이나 됐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제가 하고 싶은 일, 공부를 계속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집도 생기고 보니 직장을 그만두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 :
어떤 사람이 도를 이루기 위해서 집, 재산, 명예, 애욕, 모두 버리고 출가를 했어요.
그런데 몇 년 공부해 보니까 스님들과 같이 대중생활을 하면서는 도저히 못 깨달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가족을 떠날 때는 정진하려고 떠났는데 대중과 함께 사니 소임도 맡아야지, 밥도 해야지,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이래서는 공부가 안 되겠다. 깊은 산 속에 아무도 없는 데서 내 마음껏 공부만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을에서 이, 삼십 리 떨어진 깊은 산골짜기에 혼자 들어갔어요.
그런데 비를 맞고 살 수는 없으니 집을 지어야 했지요. 또 먹을 것을 구하려면 마을까지 가야 했어요.
그래서 나무를 해다가 초막을 짓고, 삼십 리 길을 걸어 마을까지 내려와 먹을 것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양식이 떨어지면 또 내려와야 했어요.
집도 그냥 한번 지어놓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때때로 수리도 해야 했습니다.
마을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짚신도 닳아 떨어져서 새로 삼아야지, 뭐 도저히 공부할 시간이 안 나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이렇게 애쓰는 동안 몸을 무리해서 병까지 들어 의사한테 갔더니 영양실조래요.
건강을 되찾으려면 하루에 우유를 한 컵씩 먹어야 한다고 의사가 처방해서
마을에 내려가 우유 한 컵 먹고 올라가면 저녁이 되니 도저히 공부할 시간이 안 나지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이건 시간 낭비다. 염소를 한 마리 키우면 왔다 갔다 안 해도 되겠다.’
그래서 염소를 몇 마리 구해서 염소젖을 짜 먹으니 왔다 갔다는 안 해도 되는데,
염소를 기르면서 해 줘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었습니다.
풀어놓으면 도망가니까 찾아 와 매어 놔야지, 풀 먹일 때는 풀어 줘야지, 또 겨울을 대비해 꼴 베어 쌓아 놔야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염소를 돌볼 목동을 하나 구했어요. 그런데 공짜로 일해 줄 목동이 없잖아요.
목동의 품삯과 먹을 것까지 구하기 위해 탁발을 더 많이 다녀야 했어요.
결국, 수행하려고 가족 버리고 멀리 깊은 산중으로 도망갔다가 하루하루 먹기 위해서 허겁지겁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사람들은 순간순간 선택은 잘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중생의 삶이 다 그래요.
자식을 둔 사람은 ‘자식만 없으면 될 텐데’, 늙은 사람은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할 수 있을 텐데’,
갓난아기 안고 있는 사람은 ‘애가 초등학교만 가면’,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 사람은 ‘애가 중학교만 들어가면’,
중학교 들어가면 ‘애가 대학만 합격하면’하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험 합격하면 ‘졸업만 하면 좋을 텐데.’ 하지요.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손자만 낳으면….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에요.

이렇게 살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지 않고 자기 목표를 이루려면 어느 한 순간에 멈춰야 해요.
그 멈추는 시기를 자꾸 미루면 안 됩니다. 지금 딱 멈춰야 해요.

우리 절에 행자로 있다가 중간에 나간 사람이 있었는데, 늘 이렇게 말했어요.
“스님, 제가 3년만 돈 벌고 돌아올게요.” 그런데 3년이 넘어 5년 돼도 오지 않아서 가 봤어요.
“3년 지났는데 뭐하고 있나?”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빚이 더 늘어나서 못 온대요.
빚만 갚아주고 오겠다고 했지만 아직 안 오고 있어요. 이게 인생이에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고, 마누라 있고 집 있고 직장 있겠다, 천하에 부러운 게 어디 있나. 내 인생이 최고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됩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탁 털고 일어서면 돼요.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그냥 떠나버리면 됩니다.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이게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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