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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아무도 바라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한없이 어리석었던 내가 선택한 일이었고,
매 순간 최선이라 믿었지만, 결국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현명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같은 아이들은 방학 숙제 같은건 개학날까지 미뤄둔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나갈 용기도 없는 아이는 꾸벅꾸벅 졸면서 한 달치 밀린 일기를 쓴다.
나는 요즘 멀리 건너와 버린 길을 하나씩 되돌아 가고있는 느낌이다.
지난 한 달간, 일주일 간격으로 치과를 다니면서
침대가 뒤로 젖혀질 때마다 나는 이상하리 만큼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거즈가 덮히고, 마취 주사가 다가오고, 입안에서 기구들이 움직일 때마다
말을 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손에 쥘 수 있는건 내 양손밖에 없는 그 상황이
소리 한번 지를 생각도 못하고 늪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갈 곳이 없음으로....
겁이 났지만 습관처럼 괜찮다고 말했고, 눈물을 참으려 발가락에 힘을 줬다.
끝없이 이어지길 바라며 마음으로 꽃을 피우던 그 순간에도,
어디가 끝인지 보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꼬깃꼬깃 심장을 접던 그때에도,
시간은 흐르고 모든것은 변한다.
오롯이 혼자임을 알게 하는 치과도
두 세번만 더 침대를 뒤로 젖혀, 비싸고 반짝이는 도자기를 갖게 되면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굿바이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마음과 시간과 돈을 들여 recovery를 한다.
하나씩 되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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