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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만나도 아마 어딘가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을 거요. 나에게는 당신을 위해 그 외로움의 뿌리를 끄집어낼 만큼의 힘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이제부터 밖을 향해 팔을 벌려야 할 겁니다. 그때부턴 내 집 쪽으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되겠지요.'
'죽었다 생각하고 살자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부 자극으로 인해 흔들렸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작은 끄나풀이라도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곧 예전의 그 무서운 힘이 찾아와 나를 꽉 움켜쥐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네. 그리고 그 힘이 내게 넌 어떤 일도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소리쳤네. 그러면 세상에 내밀어볼까 했던 내 손은 금세 오그라들고 말았네. 이런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됐지. 일어나려 하면 누르고, 눈을 뜰까 하면 다시 검은 그림자가 닥쳤네. 나는 두 손을 불끈 쥐고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네. 왜 내 앞길을 가로막느냐고. 무서운 힘은 얼음같이 찬 웃음소리를 내며 네 스스로 잘 알지않냐고 내게 말했지. 나는 다시 주저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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