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의 진심. 언니네이발관.
오월의 향기인줄만 알았는데 넌 시월의 그리움이었어 슬픈 이야기로 남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네
멈춰선/음악 2011. 1. 6. 09:45
이석원_110103
2011년 1월 3일 악처로 유명했던 톨스토이의 마누라 소피아는 정말로 악처였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악처였다. 이 위대한 대문호조차 마누라와의 의견 차이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 할때 - 그 나이 까지도 - 보는 나도 넌덜머리가 났지만 넌덜머리가 나는 저 일이 내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아득했다. 그들은 지겹고 사랑스러운 커플이었다. 불같이 다투고 다툼끝에는 결국 늘 서로를 껴안고 사랑을 확인한다. 아내에 골이 나 노래를 거부하던 늙은 할아버지는 남편의 사랑을 확신하는 아내의 조련질 앞에 대문호의 체면이고 나발이고 집어 던지고 결국 하지 않겠다던 노래를 부르며 그녀 앞에 엎드려 아이처럼 사랑을 고백한다. 늙어 얼굴에 주름이 한 없이 그어진 아내는 남편에게 아직도 나를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을 거냐고 ..
멈춰선/우주 2011. 1. 4. 01:2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석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나이가 어떻게 숫자에 불과할 수 있는지요? 스무살 스물 다섯살 서른 서른 다섯살 그리고 마흔 제가 살아온 저의 모든 나이들은 제게 각기 너무나 다른 것들이었고 그때마다 저는 다른 생각과 행동과 경험들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다름이 좋습니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기에 이제 마흔 한살이 된 저의 인생이 또 어떻게 '다르게' 전개될지 기대하게 됩니다. 작년 한해 저는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것입니다. 올해는 부디 더 열심히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두려움 없이 부딪히게 되길 다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십시오. 모쪼록 소유보다 경험을 쫓아 많은 것들을 겪어 내시길..
멈춰선/우주 2011. 1. 4. 01:16
원펀치. 사람의 마음.
매일 하루를 연습하지만 여전히 서툴구나 어제 버렸던 싫은 마음들이 다시 가득하구나 언제나 기다림은 처음 사랑처럼 아프고 바람이 불어오면 아물던 상처를 들추네 설레는 봄과 시린 가을은 언제나 겪는 미열 아직 내 마음은 너의 이름이 어렵고 아프구나 다시금 기다리고 마음은 쉽지 않겠지만 또 하루 살아가는 그래서 위대한 우리
멈춰선/음악 2010. 12. 29. 03:16
구해줘. 기욤 뮈소.
- 줄리에트는 자신이 줄리에트 보몽 변호사가 아니듯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 역시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도둑질한 이 순간의 이미지를 끌어 모아, 고독한 저녁마다 결코 실증나지 않는 오래 된 영화를 보듯 되풀이해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 샘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없이 옆에 선 채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한 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고, 감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들은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이미 아주 낯선 이들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토록 완벽했던 일체감이 낯설고 어색한 모습을 띠게 되기까지는 단..
멈춰선/책 2010. 12. 25. 13:00
이석원_101129
2010년 11월 29일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간단히 말하지 못한다. 내 생각에 불일치에는 감당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언젠가 막연히 좋아하던 K가 까페 에이에이의 인테리어에 대해 나로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말들을 구사하며 찬사를 보내는 것을 듣고 이여자와 나는 결코 아무런 접점도 찾을 수 없겠구나 라고 느꼈던 건 그 불일치가 내게 어떤 불가항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서적, 감각적 불일치, 그리고 언어와 취향의 불일치가 말 한마디에 그렇게 한꺼번에, 단호하게 느껴졌던 것도 처음이었다. 그건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우리의 관계를 보건데 아마 그때 나의 예감은 맞았던 것 같다. - from. shakeyourbodymoveyourbod..
멈춰선/우주 2010. 12. 19. 15:34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 남성들이 정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박은 생래적인 불안에서 기인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언제나 분명하지만, 아빠가 누구인지는 언제든 약간의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엄마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아는 거다. 결국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여자의 정조 뿐인 것이다. -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젊음, 방전된 열정들은 모이고 모여서 우울한 구름을 만들어 내고, 그 구름은 도시 위에 우울한 비를 뿌린다. 그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한 가지이다. 당신의 마음이 설렐 때, 그 설렘에 화답하라고. 그 설렘을 죽이고 죽이면 다시는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삶을 모독하지 말라고. 그러면 삶이 당신을 버릴 것이라고. 책 주인은..
멈춰선/책 2010. 11. 30. 02:26
이석원_101104
2010년 11월 14일 당신은 왜 내게 성가신 존재가 되었나요. 내가 요즘 하도 착한 모드라서 부탁이라면 다 들어주는 분위기라 그렇게 여유가 없는데도 해 주겠다고 했으면 당신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것을 그대로 제공 했어야지 왜 어이없는 게으름을 부렸나요. 좀 상대를 봐 가면서 일을 해야지 당신의 미숙한 대응에 마음이 어깃장이 나 버려서 되돌려 지질 않잖아요. 마음이 얼마나 사소한 걸로 돌아서고 한번 돌아서면 되돌리기가 힘든데 왜 그랬어요 도대체. 아 몰라 당신이 메일 백통을 보내도 맘이 안 돌려져. 그래서 더 성가시다구. 너무 애 타 하는게 보여서. 2010년 11월 14일 애태우게 해서 미안합니다. 마음에 작은 어깃장이 나서 그랬어요. 사소한 일로 마음이 틀어지는 건 수렁과도 같아서 ..
멈춰선/우주 2010. 11. 16. 00:57
마음. 나쓰메 소세키.
'당신은 나를 만나도 아마 어딘가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을 거요. 나에게는 당신을 위해 그 외로움의 뿌리를 끄집어낼 만큼의 힘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이제부터 밖을 향해 팔을 벌려야 할 겁니다. 그때부턴 내 집 쪽으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되겠지요.' '죽었다 생각하고 살자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부 자극으로 인해 흔들렸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작은 끄나풀이라도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곧 예전의 그 무서운 힘이 찾아와 나를 꽉 움켜쥐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네. 그리고 그 힘이 내게 넌 어떤 일도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소리쳤네. 그러면 세상에 내밀어볼까 했던 내 손은 금세 오그라들고 말았네. 이런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됐지. 일어나려 하면 누르고, 눈을 뜰까 하면 다시 검은 그림자가 닥쳤네. 나는..
멈춰선/책 2010. 11. 4. 08:14
이석원_101101
2010년 11월 1일 격려 라는 표현 혹은 제스츄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난주에 능룡이 야구 하는 거 처음 봤는데 능룡이네 팀이 인상적이었던 건 상대편과는 달리 거의 모든 팀원이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누가 잘하면 잘했다고 난리 누가 못하면 괜찮다고 난리 아주 그냥 아우성을 쳐댔다. 그들은 표현이 무척이나 풍부했고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이것이 사회인 야구단의 공통된 모습인가 싶어 상대편 덕아웃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그 팀은 그냥 조용히 경기를 할 뿐이었다. 나는 그래서 능룡이가 좋은 팀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평가와는 다른 영역의 문제다. 그러나 격려와 믿음은 심지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에도 좋은 방법론으로..
멈춰선/우주 2010. 11. 2. 09:30
마음이 급해지는 계절. 임경선.
날씨가 확 추워졌다. 그 추위에 정신차려서 달력을 보니 올해 겨우 두 달 남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가벼운 공황상태에 빠진다. 난 대체 올해 뭐했지. 이것이 다 이상한 대한민국 기후 탓이다. 이젠 여름과 겨울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 날씨. 거기에 두 번의 국민 명절을 버무리면 대략 이런 흐름으로 한 해가 휙 흘러간다. 1. 새해로 바뀌어 포부를 가지고 새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2. 구정 명절 때까진 집행유예처럼 지내다가 구정 지나 비로소 새해 다짐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3. 새해 다짐을 실행할 시점 즈음에 날씨가 확 더워지며 대략 오 개월간의 긴 여름을 ‘멍 때리며’ 보낸다. 4. 더위 먹고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추석 명절이 닥치며 ‘아니 벌써 올해 한 해가 이렇게 지났나..
멈춰선/우주 2010. 11. 1. 00:06
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시라이시 가즈후미.
... 내가 알고 싶은 건 의욕이나 위로, 여유, 평안 같은 감각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에리코를 만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그녀를 향해 묻는다. 나는 너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으로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고. 우리는 둘이서 함께 있는 것으로 살아갈 의욕이나 여유나 평안이나 위로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것 자체의 깊은 의미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라고. 너는 그것에 대해 내게 어느 정도 보증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라고. 가정을 꾸미고 평생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 거지? 너에게는 그 목적지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거니? 만일 보인다면 부디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도 가르쳐줘. 실은 나에게는 전혀 보이질 않아. 그러니 불안하지. 무섭도록 불안해. 한없..
멈춰선/책 2010. 10. 10.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