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 그사이, 한 계절이 지나갔다. 우리가 주고 받은 편지, 즐겨한 농담, 나눠들은 음악 속에서, 꽃이 지고 나무가 야위어갔다. 그리고 한 계절만 더 지나면 봄이 올 터였다. 그리고 또 여름, 가을...... 그렇게 피었다 사위어가는 것들의 기운을 먹고, 우리는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 자만하게 되는 나이. 그 찰나의 정점 속으로 달려가게 될 터였다. 하루, 또 하루가 갔다. + 나는 아이가 주인공인, 정확히 말하면 미성년자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언가에 고통받는 상황이 힘들다. 당연히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잖아.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픽션이란걸 알고있는 영화나 책도 잘 못 볼 정도인데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라니. 검정치마의 노래가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하면서도 시..
멈춰선/책 2012. 4. 26. 02:35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를 볼 때하고 비슷한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지.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그렇지만 호랑이가 몸을 돌려 사라지면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잖아. :: 슬픔에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그러니까 서러움에 가까운 감정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음이 차가워지는, 비애에 가까운 심사도 있다. 그날의 나는 후자였다. 마음에 서리가 낀다고 해야 할까. 심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눈가가 시렸다. 수화를 하는 아이들의 손에서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멈춰선/책 2012. 4. 11. 01:35
밤은 책이다. 이동진.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 조그맣고 불안정한 공간과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노력이고, 본능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선 태도입니다.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은 배워야만 하고 갈고 닦아야만 하지요. 그건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 밤은 책이다. 이동진.
멈춰선/책 2012. 3. 19. 01:22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멈춰선/책 2012. 2. 6. 00:38
끌림. 이병률.
"함부로 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함부로 살다가 함부로 짓밟힌 저를 발견 하고서야 비장한 삶의 각오를 떠올리는 제가, 비참했습니다. 삐뚜름한 마음으로 삐뚜름한 세상과 대적했던 나나 당신 역시, 부끄럽게도 폭발할 일이 있다면 이곳이 적당하단 생각입니다. 흘려 보내도 쏟아 부어도 다 받아내야 할 것만 같은 이곳의 광채는, 얼마 안 되는 상실감을 짊어지고 와서 여전히 엄살을 떠는 이들에겐 공격적이기도 하겠지만 이만한 곳에서 이만한 쓸쓸함을 누리는 것도 행복이겠습니다."
멈춰선/책 2011. 4. 24. 22:59
유배된 청춘. 홍세화.
- 인간 존재 보장과 자기 형성의 자유 - 18-16-14-12-10-8 우리는 왜 숫자들을 읽어 낼 수 없는가. - 무엇보다 중요한건 진실을 알려 주는 것.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본인에게 맡기는 것. - 미래의 불확실성을 오늘의 불성실의 핑계로 삼지 말자. - 소유가 아닌 존재와 관계의 성숙을 목표로 하라.
멈춰선/책 2011. 4. 8. 00:10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은 건 아닐까요. - 호리키와 나. 서로 경멸하면서 교제하고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 -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
멈춰선/책 2011. 4. 3. 23:27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사람은 자신이 보는 그 사람일 뿐이다. 그가 자살한 이유 또한 알 수 없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가 자살한 이유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끝내 그 이유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자살할 만한 이유는 살아남은 사람이 스스로가 납득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미코 또한 그를 보내기 위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으려 하나 끝내 찾지 못한다. 유미코가 어렴풋이 찾아낸 것은, 위에서 말한 '사람의 혼을 빼가는 병'이다. 그 병에 걸린 사람의 마음에는 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는 잔잔한 바다가 비할 데 없이 아름답게 비칠 것이고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멈춰선/책 2011. 3. 2. 00:58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멈춰선/책 2011. 2. 8. 09:44
구해줘. 기욤 뮈소.
- 줄리에트는 자신이 줄리에트 보몽 변호사가 아니듯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 역시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도둑질한 이 순간의 이미지를 끌어 모아, 고독한 저녁마다 결코 실증나지 않는 오래 된 영화를 보듯 되풀이해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 샘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없이 옆에 선 채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한 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고, 감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들은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이미 아주 낯선 이들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토록 완벽했던 일체감이 낯설고 어색한 모습을 띠게 되기까지는 단..
멈춰선/책 2010. 12. 25. 13:00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 남성들이 정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박은 생래적인 불안에서 기인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언제나 분명하지만, 아빠가 누구인지는 언제든 약간의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엄마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아는 거다. 결국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여자의 정조 뿐인 것이다. -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젊음, 방전된 열정들은 모이고 모여서 우울한 구름을 만들어 내고, 그 구름은 도시 위에 우울한 비를 뿌린다. 그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한 가지이다. 당신의 마음이 설렐 때, 그 설렘에 화답하라고. 그 설렘을 죽이고 죽이면 다시는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삶을 모독하지 말라고. 그러면 삶이 당신을 버릴 것이라고. 책 주인은..
멈춰선/책 2010. 11. 30. 02:26
마음. 나쓰메 소세키.
'당신은 나를 만나도 아마 어딘가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을 거요. 나에게는 당신을 위해 그 외로움의 뿌리를 끄집어낼 만큼의 힘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이제부터 밖을 향해 팔을 벌려야 할 겁니다. 그때부턴 내 집 쪽으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되겠지요.' '죽었다 생각하고 살자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부 자극으로 인해 흔들렸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작은 끄나풀이라도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곧 예전의 그 무서운 힘이 찾아와 나를 꽉 움켜쥐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네. 그리고 그 힘이 내게 넌 어떤 일도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소리쳤네. 그러면 세상에 내밀어볼까 했던 내 손은 금세 오그라들고 말았네. 이런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됐지. 일어나려 하면 누르고, 눈을 뜰까 하면 다시 검은 그림자가 닥쳤네. 나는..
멈춰선/책 2010. 11. 4.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