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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우주

김어준_100506

_sran 2010. 5. 6. 10:48

Q. 어른이 되려면 자기객관화가 중요하고 그러자면 시니컬하지 말고 시큰둥하라 했는데 

결국 냉소적인 아닌가요? 차이가 이해 됩니다.


A. 시니컬과 시큰둥, 차갑고 부정적인 아니냐. 아니다. 다르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다.

시니컬, 이건 기본적으로 방어기제다. 상처받기 싫은 거다

해서 항상 세상만사로부터 자신을 일정 거리 이상 떨어뜨려 놓는다. 복사에너지가 몸에 닿지 않도록.

그렇게 의도적으로 확보한 간격 덕에 비로소 매사를 차갑게 대면할 수가 있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시니컬한 자들, 냉정한 아니고 실은 무서운 거다

흥분과 기대가 실패와 좌절로 마무리된 경험을 반복하기 두려운 나머지, 아예 긍정적 전망을 스스로 절개해내는

정신적 외과수술로, 그로 인한 통증을 미리 소거하는 자기보호 수단이라고.

그렇게 시니컬이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거라면, 시큰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거다.

자신이라고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특별히 예외적일 수는 없다는 묵묵히 수용하는 거다.

어떤 신에게, 제아무리 기도해도, 자기 하나를 위해 우주의 질서가 역행하는 따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그래서 통증이 없어진단 소리가 아니다

당연히 그래도 아프다. 아프지 않은 아니라 슬프지 않은 거다

운명이. 거기서 좌절과 차이가 난다.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간격을 만들어 스스로를 시큰둥하게 바라볼 있는 자만이,

자기객관화에 도달한다. 그리고 바로 지점에서 지성은 출발하는 거다.



- from. 한겨레 e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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