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끔씩 걸르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아내는 내가 골라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매일 영화 한 편을 골라서 같이 보는데, 그렇게라도 안하면 같이 공유할 얘기가 너무 없을 것 같아서.

소득은, 내가 많을 때도 있고, 아내가 많을 때도 있는데,
정말 돈이 없을 때에는 아내가 학교에서 받아오던 조교 장학금이 우리 집의 유일한 소득일 때도 있었다.

결혼 초에는 힘들 때는 아내가 집에서 나간다고 주로 했었는데, 요즘은 나가라고 한다.
추운 날, 쫓겨나면 갈 데가 정말 없어서, 몇 번 현관문 앞에까지는 나가 봤는데,
그냥 무조건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다고 빈다. 

주머니에 만원짜리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보통은 내 주머니에는 몇 천원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현금카드도 안 쓰고, 탈탈 털어봐야 사실 돈은 없다. 밖에 나갈 때, 아내한테 만원씩 타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밖에서 소주를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 한 번 마시는 기회를 누구와 쓰느냐...
술값과 택시값을 받아서 한 번쯤 외출하는 날, 그 날이 한 달 중에서 제일 기분좋은 날이다.
책 원고 넘기는 날, 아니면 망년회 하는 날, 그런 날들이다.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동거하던 시절이 짧지만, 있다.
아내가 짐을 싸고 집에서 나오던 날, 그 날이 지금 우리 집이 시작된 첫 날이다.
그 동거로부터, 우리는 해방되었다. 결혼할 때, 혼수니 예단이니, 일절 없었다.
아내가 자기 혼수라고 주장하는,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배불뚝이 TV, 그 정도가 전부였다.
사회가 '예의'라고 만들어놓은 것들, 우리 집에는 일절 없다.
그 대신 얘기를 아주 많이 하고, 영화를 아주 많이 같이 보고, 책을 같이 보고, 여행을 아주 많이 한다.
좋은 남편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다.


- from & 원문.  http://retired.textcube.com/463

==
아, 읽다가 너무 웃었다.
전에 인상좋고 목소리 좋던 고기집 사장님이 '전 결혼한지 16년 되었어요. 와이프는 가장 좋은 친구죠'
라고 말했던게 생각나네.

==
읽으면서, 예쁜 결혼식을 볼때처럼 아주아주 잠시지만 '결혼'이 하고싶었어.
친한 친구같은 남편이랑 도란도란 사는것. 매력있잖아.
물론 '둘이 만들어 간다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어딘가 누군가는 그렇게 살고있는것같아서.
내가 꿈꾸는 행복이란게 결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건 아니라고 말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