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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진 상태에서 미소를 짓기란 쉽지 않다. 

심리적인 부담이 큰 상황에선 타인이 눈에 잘 들어오기 않는다. 

아이를 키울 때도 챙겨야 할 일이 많고, 

해줘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면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눈빛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은 그저 아이를 챙기는 노동이 되고 만다. 

얼마나 챙겼는지 확인하고, 무엇이 빠졌는지 검토하느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만들 여유는 사라진다. 


객관적인 부담과는 관련 없이 마음의 부담이 너무 클 때도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상대를 궁금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라면 욕망이나 열정, 결심만으로도 

상대를 궁금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랑이 유지되려면 

내 마음에 상대를 받아들일 공간이 충분해야 하고 

자잘한 이야기를 듣고 일상을 함께 할 여유가 필요하다. 


이 시대의 육아가 어려운 점도 그렇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무척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랑하는 아이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리라 믿는다. 

그러다 보니 해줘야 할 일들이 주는 부담에 치여서 

정작 그 사랑하는 아이를 들여다보고 반응할 시간은 없다. 

내 마음에 부담과 할 일이 가득차니 

아이는 마음 속에서 쫓겨난다. 


부모들의 부담은 아이에게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는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안정되게 살고 싶으면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강요한다. 

그런 일들을 해야지 비참함에 부딪히거나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것만 같다. 

그래서 또 내 앞에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무더기로 쌓인다. 


미래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오늘도 할 일이 많고, 

여전히 머릿속엔 채 달성하지 못한 

여러 일들이 가득하기에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상대를 바라보며 

보낼 시간은 갖기 어렵다. 

의미없는 말에 귀 기울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함께 긴 길을 걷고 

소소한 재미에 더불어 웃는 시간을 갖기란 어렵다. 


사랑에는 그런 순간이 가장 필요한데,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려면 그 시간들이 가장 필요한데 

가장 필요한 시간을 줄 마음의 여유는 없다. 

그래서 아이도 사랑이 아닌 다른 것, 

능력이든 힘이든, 아니면 자격이든, 스펙이든 이런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야 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사랑하기에 사랑을 잃는다. 

안정적으로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 

모든 것을 가르치려 하지만 사랑을 가르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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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서천석 페이스북. 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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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와 사랑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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