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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자주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매우 개인적인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촬영 때문에 장기간 집을 비웠다가, 한 달 반 만에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밤. 세 살배기 딸은 방 한구석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힐끔힐끔 나를 신경쓰는 기색이었지만, 좀처럼 곁에 오려 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긴장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도리어 나도 긴장이 돼버려서, 둘 사이에 미묘한 공기가 흐르는 채 그날 밤이 지나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하러 나서는 나를 현관까지 배웅 나온 딸이 "또 와"라고 한마디 건넸다. 아버지로서 나는 엉겁결에 쓴웃음을 지었지만, 내심 꽤 당황했고 상처를 받았다. 

 그런가...... 그렇게 농밀하지는 않았을 게 틀림없지만, 나와 함께한 3년이라는 축적된 시간이 딸의 내면에서는 완전히 리셋돼 있었다. 

 '피가 섞였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역시 시간인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일의 성격상 딸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 밑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 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이와 같은 것. 이 에세이집은 그런 흙 알갱이의 모음이다. 

 아직 작은 알갱이 그 하나하나는 분명 몇 년이 지난 후, 다음, 그 다음 영화의 싹이, 뿌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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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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