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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해봐.
어느날 세상의 굶주리는 길 고양이들이 너무 마음이 아픈거야.
그래서 나랑 마주치는 길 고양이의 한 끼는 내가 어떻게 해보겠다며 맨날 소세지 하나를 가방에 넣고 다녀.
어떤날은 그 소세지를 내가 먹어 버리고 싶을 때도 많지만 잘 참고, 
그렇게 몇 달을, 언제 마주칠지 모를 길고양이를 위해 소세지를 챙겨 다녀.
그러다 결국 어느 새벽에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되는거지.

이 때다 싶어 급하게 껍질을 까서 소세지를 내밀었는데, 
글쎄 그 고양이는 쳐다도 보질 않고 제 길을 가네.
우쭈쭈 거리며 소세지 반쪽을 들고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느껴.
아, 쟤한테는 이 소세지가 별로 필요 없을 수 도 있겠다.
소세지를 싫어하는 고양이 일수도 있지.
길고양이는 당연히 배고플거란거...어짜피 내 편견 아닌가...

근데 그 고양이는 진짜 배가 고팠거든,
음식중엔 소세지를 가장 좋아했고,
심지어 그 사람은 눈치조차 못챘지만 매일 집에 들어가는 그 사람을 몇달째 바라보고 있었어.
마주치면 반갑다고 제 딴엔 꼬리도 흔들었는데, 그 사람 눈에 띄진 못했나봐. 

오늘도, 배고픈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다 지쳐 돌아서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고양이 뒤를, 소세지 반 쪽 들고 멍하게 바라보는 누군가를 상상해봐.
내가 고양이일지, 소세지일지, 그 누군가 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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