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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오늘로 인생이 끝나버리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다음에 찾아올 성가신 감정과 마주하지 않아도 될텐데. 정말로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식탁이었다. 눈 앞의 음식물이 다 없어지고 나니 갑자기 할 일도 없어졌다.

 손을 잡고, 새로운 가게를 찾아다니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감상을 얘기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온천탕에 들어가고. 지금까지 당연한 듯이 존재했던 그런 시간들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따로따로 산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멀어질 것이다. 언젠가 몇십 년쯤 지난 뒤에 "그러고 보니 고토라는 여자와 동거했지. 그런데 이제 얼굴도 기억나지 않네"하고 잠시 떠올려주려나. 그때쯤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야마시타와 인생의 한때를 함께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다시 누군가를 만나 함께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게는 또다시 생판 모르는 사람과 처음부터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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