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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그림을 보는 건 공짜지만, 사랑이라는 그림을 가지는 건 그렇지 않다. 사랑을 받았다면 모든 걸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그 가슴뛰게 잎을 틔우던 싹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시들고 마는 걸까.


-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

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만큼을 살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때.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보다 누구를 사랑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이 낫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 그냥 당신을 질투함으로써 좋아하기로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눈부심이 나를 그렇게 가난하게 한다.

사랑하면서도 이토록 가난한 것은 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도 무섭다.


- 한 여자를 알았다.

나는 그녀가 빨간색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녀는 파란색이었다. 정반대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한순간 주춤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럴 경우, 내가 그쪽으로 옮겨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를 더 만났더니 그녀는 차라리 흰색이었다.

나는 그녀를 흰색으로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줄 흰 꽃을 준비했다. 흰 이 꽃이 당신을 닮은 거 같아서 샀다고 했다. 

초여름날, 보리수꽃을 내밀면서 내가 뱉은 말은 내 감정의 전부이면서 진실이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대상은 색이 없어지고 오히려 지워져 창백해진다.


- 인연의 성분은 그토록 구체적이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것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 열정을 다해서 끝까지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면서, 전속력을 다해 하고 싶은 것 가까이 갔다가 아무 결과를 껴안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연습을 하면서 우리도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도, 내일 하루도 아니 어쩌면 우린 영원히 그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 그만두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멀어져도, 헤어져도,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지 않은가.

사랑이어서 일어난 그 많은 일들이 단번에 지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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